천기누설! e바이크의 영원한 숙제
e바이크는 모터와 배터리 힘으로만 움직이는 스쿠터가 아니라 라이더의 페달링 신호에 모터가 작동하는 방식이라 주행거리는 배터리 용량뿐 아니라 라이더의 페달링 능력과 의지에도 좌우된다. 그냥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 멀리 간다고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만족한 답이 되지 않는다.
“나는 열심히 밟았는데 주행거리가 남들보다 짧다, 누구는 설렁설렁 밟았는데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배터리가 반이나 남았고 나는 바닥이다, 내 배터리와 모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영원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본다.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고객
원고 작성 중에 자전거를 50년 넘게 타왔고 3년 전에 필자를 통해서 e바이크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7학년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e바이크로 진정한 라이딩의 즐거움을 누리는 형님으로부터 즐거운 전화가 왔다.
한 달 전, 이 분은 e바이크를 타면서 늘 불안했던 주행거리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해왔었다. e바이크 용도가 여행이라 기존 eMTB에서 주행성과 장거리 효율이 좋은 e투어링으로 바꾸기로 했다. e바이크도 가볍고 좋은 구동계와 휠셋에 타이어 폭이 줄어들수록 주행거리는 늘어난다. 주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프레임에 간섭 없이 장착 가능한 최대 폭인 1.75인치 도로용 타이어로 바꾸고, 기어를 가볍게 해서 센터드라이브 모터의 크랭크 회전속도에 근접하거나 조금 더 빨리 돌려주는 효율적인 페달링 원리와 요령을 알려줬다.
평소 eMTB 라이딩 방법인 고단 기어를 사용한 토크 페달링으로 파스 1단계에서 페달링을 열심히 해도 50~100W의 전기가 계속 소모되었다. 페달링이 잘되는 가벼운 e투어링 바이크는 9단 중 페달링이 가벼운 3/4/5/6단 중간기어를 주로 사용하고, 속도계보다는 계기판에 표시되는 실시간 소모전력 표시에 주목해서 가능한 한 ‘0W’가 나오는 적절한 기어비를 찾는 연습을 했다.
새로운 페달링 방법을 배운 첫날, 80rpm 정도의 케이던스 페달링에 25km/h의 속도를 유지해 80km 거리의 목적지에 도착한 결과 배터리 총량의 25%를 사용했다. 같은 컨디션으로 가벼운 페달링을 꾸준히 한다면 현실적으론 어렵지만, 이론적으로는 320km 주행거리가 나온다.
eMTB에서 투어링 바이크로 모터를 옮겨달고 도로용 마라톤 플러스 1.75인치 타이어로 교체하고 페달링 방법을 바꾼 것뿐인데, eMTB에서는 140km 주행거리가 e투어링에서는 280km로 2배나 늘어나는 놀라운 주행기록이 나왔다.
그 형님은 “e바이크를 타면서 가장 큰 두려움이었던 주행거리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이제는 충전 스트레스 없이 배터리 하나로 온종일 탈 수 있게 되었다”면서 새로운 것을 배워 잠 못 이루고 즐거워하는 소년 같이 들뜬 목소리로 전화 보고를 해왔다.
한번 충전으로 얼마를 달릴 수 있을지는 e바이크에 입문한 지 10년이 넘은 필자도 이 단순 복잡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거쳐 데이터를 만들어 봤다.
어렵게 찾아낸 결론은 표준조건에서 배터리 힘으로 1km 달리는데 약 12Wh가 소모된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국내 e바이크 카페에서 실험해서 검증받고 공포를 준비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해외 e바이크 라이더와 업계에서는 ‘12Wh/km’는 표준 전비(電연비와 같은 개념)로 사용하고 있었다. 중국은 e바이크의 전비가 12Wh/km 이상 되어야 판매가 가능하다.
<필자가 제시하는 표준조건>
속도 : 25km/h 이내
라이더 체중 : 75kg
날씨 : 20도 내외 기온에 바람 없는 날
도로 조건 : 평지주행
라이더의 페달링 : 힘이 실리지 않게 모터 힘 위주로 주행
타이어 폭/공기압:일반적인 표준조건
실제로 위 표준조건에서 많이 벗어나는(특히 과속) 라이딩을 해놓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이야기한 주행거리도 안 나온다고 환불까지 요구하는 고객이 1000명 중 한 명꼴로 나온다.
주행거리는 라이더의 페달링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주행거리 질문에 필자는 늘 같은 대답을 한다.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본인 스타일대로 타보고 실주행거리를 알아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배터리 컷까지 한번 가보면 정확한 주행거리를 알 수 있고, 배터리 지원 없는 ‘지옥의 페달링’이 어떤 맛인지 제대로 알 수 있다, e바이크가 운동이 안 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경험해보고 나면 천국의 페달링을 도와주는 e바이크 배터리의 효율적인 사용법을 스스로 실천하게 된다.
e바이크의 주행거리는 우선적으로는 배터리 용량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결국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 된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가격이 높아지고 e바이크 전체 무게가 늘어나 적극적인 페달링을 막는 장애요소가 될 수 있어 완성차 업체에서는 지나치게 큰 용량의 배터리를 기본 배터리로 장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e바이크는 1회 충전 주행거리 30~100km를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마음 같아서는 200km도 가면 좋겠지만 그만큼 비용과 부피, 무게가 늘어나고 모든 라이더가 장거리를 목적으로 e바이크를 타는 것은 아니기에 적정선에서 타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e바이크에는 500~600Wh급 배터리가 기준이 되고 있다. 가벼운 e미니벨로에는 300Wh가 기준이다. 무조건 무거운 대용량 배터리를 기본 장착하는 것보다는 장거리 주행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비 배터리를 갖추면 된다.
필자가 생각한 e바이크의 표준전비는 실험적으로 12Wh/km로 나와 있지만, 모터 힘보다는 적극적인 페달링이 지원된다면 전비는 의미가 없어진다. 실제로 e바이크와 라이더의 조건에 따라 변수가 많아 e바이크의 주행거리는 모든 라이더의 관심사이고 불만사항이기도 하다. 아래 나열된 사례는 주행거리 불만사항으로 필자의 경험사례와 해결방법들이다.
▶ 탠덤 라이더가 주행거리 불만으로 환불을 요구
2인승 탠덤바이크에 모터키트를 장착한 e탠덤바이크를 주문제작한 고객이 있었다. 자전거가 서투른 아내와 같이 장거리 여행을 함께하기 위해 필자와 상담하고 주문 제작했다. 일주일 지나 주행거리 불만으로 환불을 요구했다.
2명이 타는 경우라 라이더 총무게 130kg, 평균속도 30km로 달리면서 522Wh 배터리 2개로 100km를 못 가니 주행거리 스트레스로 여행을 다닐 수 없다고 환불을 요구했다.
해결법은 너무도 간단하다. 일단 평균속도를 줄인다, 페달링을 더 열심히 한다, 배터리 용량을 늘린다, 타이어 폭을 줄이고 공기압을 높인다, 체중은 줄이고 다릿심은 늘린다, 자전거를 포기한다. 아쉽게도 위 고객은 마지막 선택을 했다.
▶ 팻바이크 초보 라이더의 주행거리 계산법
토요일에 e팻바이크를 사서 일요일 그룹 라이딩을 나간 고객이 월요일 환불하러 왔다. 중앙구동 토크센서 모델에 522Wh 배터리가 장착되어 50km 내외 주행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40km 달리고 배터리가 끝나는 바람에 죽음의 페달링을 경험하고 환불을 하러 온 것이었다. 라이딩 때 평속과 주행조건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로드바이크와 함께한 라이딩이라 평속이 30km 내외로 e팻바이크로서는 아주 악조건으로 최대파워를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속도는 배터리 소모량에 큰 변수다. 광폭 타이어로 고속으로 달리면 에너지를 줄일 방법이 없다. 팻바이크 고객도 속도를 낮추었다면 원하던 거리 이상을 달릴 수 있었다. 속도는 빠르고 전기는 조금만 먹는 제품을 요구해서 그냥 환불해주었다. 지금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조건이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생을 마감하기 전에 원하는 e바이크가 나오기를 기다려 보라고 했다. 그런 e바이크가 나오기는 하겠지만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 동료와 비교해 주행거리에 큰 차이가 난다
e바이크 라이더가 자기 배터리는 100km 달리고도 남는데 친구는 같은 용량의 새 배터리인데 80km밖에 못 간다며 AS를 요청했다. 충·방전 테스트를 해서 점검해줄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페달링하는 다리 엔진의 성능 차이가 원인이다.
배터리는 과학이다. 522Wh 용량의 의미는 522W의 힘으로 1시간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0W로 사용하면 5시간 정도 일정하게 일을 시킬 수 있는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 적용된다. 운행 거리로만 따져보면 워낙 변수가 많아 배터리를 충전해서 방전량을 측정해 용량을 체크해 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80km와 100km의 차이는 라이더의 발끝에서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수치여서 이것으로 배터리 성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페달링 차이에서 나온 결과로 밥을 든든히 먹고 기어 단수를 낮춰 빠른 케이던스로 페달링 해보라고 간단한 처방을 했다.
같은 용량의 배터리라면 두 배터리를 바꿔서 주행해보면 라이더의 페달링에 답이 있다는 것을 바로 찾아낼 수 있다.
주행거리에 불만이 생기는 이유는 라이더의 버려야 할 욕심 때문이다.
● 속도를 내면서 에너지는 조금만 사용하고 싶다.
자전거 속도는 에너지 소비와 직결된다. 속도가 올라가면 공기저항이 높아져 과다한 에너지 소모는 피할 수 없다. 배터리 효율을 생각하면 속도에 대한 욕심을 버려라.
● 얼마 사용하지 않았는데 주행거리가 많이 줄었다.
배터리 사용기간에 따른 용량 저하로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제조 후 첫 충전을 거치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게 된다. 아무리 잘 만든 배터리도 오래되면 성능 저하가 많이 일어나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도 청춘 때처럼 잘 달릴 수 있다는 욕심을 버려라
● 구름성이 좋은 부품과 가벼운 e바이크가 주행거리에 유리하다.
e바이크도 적극적인 페달링을 하려면 구름성이 좋아야 한다. 모터는 페달링의 보조수단이지 주 동력원이 아니다. 주동력으로 사용하면 스쿠터가 된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가볍고 구름성 좋은 부품은 없다. 싸고 좋은 e바이크의 환상을 버려라.
● 본인의 주행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한다.
e바이크의 주행거리는 라이더의 의지와 다리 엔진 성능에 따라 정해진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변수가 있다. 중앙구동 방식은 모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모터에 부하가 걸리지 않게 수시로 변속을 잘해야 한다. 변속 방법에 따라서도 주행거리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항상 고단 기어를 넣고 토크 페달링을 하면 열심히 페달링 했는데도 생각보다 전비가 떨어진다. 기어를 가볍게 두고 빠른 페달링으로 모터의 회전속도에 근접하거나 앞서가는 페달링 연습을 하면 좋다. 적극적인 페달링을 구현하려면 중앙구동 방식에 자전거의 총무게가 가볍고 구동계가 좋을수록 효과적이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보다는 다리 엔진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효율적인 페달링을 위해 구동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좋다.
초장거리는 상황에 따라 여분의 배터리를 갖추면 된다. 무작정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은 스쿠터의 경우다. e바이크는 적극적인 페달링을 보조하면 주행거리는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땀 흘리지 않고 가볍고 저렴하게 멀리 가려는 욕심만 버리면 된다.
1. 속도를 줄여라.
속도를 높이면 주행거리 대비 에너지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유는 공기저항 때문이다. 자전거에서 공기저항이 에너지 소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에어스피드(실제 속도+바람 속도)는 시속 20km 내외이다. 속도를 올리면 달리는데 사용해야 할 에너지를 공기저항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2. e바이크에 효율적인 페달링 방법을 찾아라.
무작정 페달만 돌린다고 주행거리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실제로 본인은 열심히 페달링 하는데 모터와 배터리에 거의 도움이 안 되는 페달링도 있다. 모터의 회전수에 근접하거나 모터보다 빠른 페달링이 필요하다. 모터의 효율을 올리는 페달링법을 찾아내고 연습해야 한다.
3. 타이어 폭을 줄이고 공기압을 높여라.
도로 위주 주행이라면 오프로드용 ‘깍두기’ 타이어보다 도로용 타이어로 바꾸고 공기압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한다. 자전거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평속을 올리고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법은 타이어 교환이다. 타이어 교환으로 10~30%의 체감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그러나 무게와 속도가 있는 e바이크의 특성상 지나친 타이어 폭 다이어트와 경량 타이어는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4. 급출발, 급가속, 급제동을 줄여라.
e바이크도 자동차 연비왕의 비결과 같다. 부드럽게 출발하고 가속하고 제동한다. 브레이크 패드 소모가 남들보다 많다면 주행습관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5. e바이크도 다이어트하라.
사람도 다이어트가 중요하지만 실제로 자전거 다이어트가 더 중요하다. 자꾸만 주렁주렁 달다 보면 비만에 걸린 자토바이가 되어버린 e바이크를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특히 휠셋과 타이어 등 구동계의 무게를 줄이면 적극적인 페달링이 가능해지고 전비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e바이크를 고를 때 성능도 중요하지만, 전체 중량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e바이크인데 무게가 무슨 상관 있나 하겠지만 가벼운 e바이크를 안 타본 라이더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e바이크도 고가일수록 가벼워지고 좋은 성능이 나오는 것은 모든 자전거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다.
글 예민수(벨로스타 대표, yesu65@naver.com)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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