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바이크 캠핑
자동차 캠핑이 활성화되어 있는 유럽에서는 캠핑카 뒤에 액세서리처럼 자전거가 한두 대가 달려 있다. 그동안 캠핑카와 자전거는 공생관계였지만, e바이크는 자동차의 그늘에서 벗어난 독립된 운송수단으로 e바이크 캠핑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 e바이크 캠핑은 자동차로 갈 수 없는 곳에서 나만의 고즈넉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자동차로 갈 수 없는 곳까지, 짐도 충분히
바이크 캠핑은 길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길이 끊어져도, 길이 없어도 만들어서 갈 수 있다. 그런데 무거운 캠핑 장비를 가득 실은 자전거로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는 체력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e바이크의 등장은 캠핑 장비의 무게와 이동거리에서 오는 두려움을 내려놓아 ‘e바이크 캠핑’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언택트 시대에 맘 놓고 해도 되는 몇 안 되는 즐거움이 자전거 타기와 캠핑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 e바이크 캠핑이다.
유행처럼 번지던 자동차 캠핑은 한정적인 장소에 캠퍼들이 늘어나면서 한계상황이 올 수밖에 없었다. 조용한 나만의 장소에서 즐기던 자동차 캠핑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e바이크는 자동차로 접근할 수 없는 좁은 오솔길이나 다리가 없는 작은 개울을 건널 수 있고, 자동차 진입을 막는 장애물도 우회해서 나만의 유유자적한 공간을 찾아가는 최적의 교통수단이 된다.
그동안 자전거를 이용한 투어나 캠핑은 체력이 받쳐줘야 가능했지만 e바이크의 등장으로 엄청난 무게에 대한 체력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단, 본인의 체력과 이동거리를 고려해 넉넉한 배터리를 준비해야 한다.
e바이크는 투어용으로 든든한 차대에 짐받이를 장착할 수 있게 다양한 마운트가 달려 있고, 험로와 오르막 주행을 위해 높은 토크를 낼 수 있도록 크랭크가 모터에 의해서 돌아가는 중앙구동방식의 투어용 e바이크를 많은 회사에서 속속 내놓고 있다. 새로운 장르가 될 e투어링바이크에 대해 알아보자.
eMTB는 물론 고가의 e바이크에도 대부분 중앙구동방식의 모터가 채택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가 기본 토크(80N.m 내외)가 높고 토크와 스피드를 자전거 변속기를 이용해서 조정할 수 있어 속도와 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자전거의 기어비는 250~500%로 토크와 속도를 손가락(변속레버)으로 선택할 수 있다. 250W 모터(최고 500W 출력)로도 저단 기어를 사용하면 강한 토크를 얻을 수 있어 극악의 업힐과 산악 라이딩도 즐길 수 있다.
중앙구동형 e바이크는 수동 자동차처럼 출발할 때나 오르막에서는 저단 기어로 사용하고, 속도가 빨라지거나 노면 경사에 따라 고단 기어로 적절한 변속을 하면 원하는 토크와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좋은 구름성 / 내구성 / 정비성
e바이크는 모터의 힘으로만 달리는 스쿠터와 다르다. 모터가 페달링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지만 자전거 자체의 구름성이 좋아야 라이더의 페달링과 모터의 힘이 적절하게 조화되어 제 성능이 나온다. 중앙구동형 e바이크는 라이더의 몸무게와 용도에 따라 구름성 좋은 튼튼한 휠세트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라이더 몸무게와 자전거 무게 외에 추가로 50kg 이상의 캠핑 장비 무게를 버텨야 해서 휠세트의 내구성과 정비성이 좋아야 한다. 중앙구동방식은 휠세트 선택의 폭이 넓고 펑크나 구동계 정비성이 허브모터 방식 대비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자전거 캠핑이나 투어를 시작하는 라이더라면 본인이 직접 정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철저한 예방정비와 기본적인 정비는 할 수 있어야 하기에 정비성을 따져봐야 한다. 오지에서 펑크나 체인 수리를 하지 못한다면 e바이크로 산악 주행이나 캠핑, 장거리 투어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브레이크 보강 / 구동계 정비
e투어링바이크는 무게가 많이 실리기에 브레이크 패드를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투어링바이크는 오지에서 정비성 좋은 V브레이크가 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대중화된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가 기본 장착되고 있다. 제동성능과 정비성이 좋아지고 대중화되어 수리도 쉬워졌다. 무엇보다 사용 중 조정이 거의 필요 없고 패드 마모상태를 점검하고 미리 갈아주면 된다.
중앙구동방식의 e바이크는 구동계에 직접 모터 동력이 작동하는 방식이라 체인과 스프라켓, 행어, 디레일러 등 변속계통을 수시로 점검하고 주행거리를 따져봐서 미리 교환해야 자전거 고장으로 인해 즐거운 여행을 망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투어링바이크의 특성상 라이더 체중 외에 50kg 내외의 짐을 실어야 해서 프레임과 짐받이는 구조적으로 튼튼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투어링바이크의 대명사인 ‘설리(Surly)’의 경우 모든 프레임을 크롬몰리(쇠)로만 생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루미늄 소재 짐받이는 적재 하중이 최대 25kg이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 내구성은 반 정도로 봐야 한다. 투어용 크롬몰리 짐받이는 최대하중이 40kg까지 나온다. 수시로 짐받이 상태를 점검하고 고정나사의 조임 상태나 균열이 생기지 않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비싸더라도 투어용 전문 짐받이를 선택하고 짐 무게를 최소화해야 짐받이 때문에 여행을 망치지 않는다. 실제로 여행 중에 짐받이 문제로 고생한 라이더가 필자 주변에 많이 있다.
캠핑 장비가 짐받이로 감당하기 힘든 무게라면 자전거 트레일러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잘 찾아보면 50kg 이상도 커버할 수 있고 주행성까지 좋은 트레일러가 있다. 트레일러는 많은 사용자들에게 검증된 제품을 골라야 한다.
투어링바이크에는 중앙구동방식의 모터에 최대한 기어비가 넓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자전거의 변속 폭은 300% 내외지만 요즘은 500% 대의 폭넓은 변속기도 나오고 있다.
현존 최고의 내장변속기로 불리는 롤로프 14단 내장 변속기는 526% 변속비를 갖추고 eMTB에도 적용되고 있다. 일반 체인보다 수명이 10배나 된다는 게이츠 카본 벨트에 중앙구동 모터를 장착해서 투어용 e바이크로 제작되었다(프레임은 별도 가공해야 한다).
벨트 드라이브의 장점은 체인 라인이 잘 맞춰진 상태여서 뒤틀림이 없고 체인 상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롤로프 내장 14단 기어는 변속트러블이 없고 MTB나 e바이크에 사용할 수 있는 강한 내구성과 폭넓은 변속 폭, 정지 상태에 빠른 변속이 가능해 현존하는 장거리 투어용의 끝판왕 변속기로 알려져 있다. 단점은 무겁고 비싸며 고장 나면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e바이크 캠핑을 위한 배터리 용량
e투어링바이크는 배터리 용량이 중요하다. 가장 추천하는 형태는 배터리를 2개로 운영하는 것이다. 멀리 갈 때와 가까운 거리에서 배터리 선택을 달리해야 한다. 특히 장거리에서 배터리가 고장 나거나 현장에서 충전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서 배터리 2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배터리 용량에 여유가 있다면 컨버터를 이용해 다양한 캠핑용 전기제품도 사용할 수 있다.
미니멀 캠핑 : 짐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자동차 캠핑은 무게와 큰 상관없이 넉넉하고 편한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자동차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줄이고 줄여서 최소한의 짐을 가지고 거침없이 어디든지 찾아갈 수 있는, ‘모자람의 아쉬운 여운이 있는’ 미니멀 자전거 캠핑만의 매력이 따로 있다. 그동안 체력적인 한계로 자전거 캠핑이 어려웠지만, e투어링바이크의 등장은 자동차 캠핑과 자전거 캠핑의 중간에 위치한 ‘e바이크 캠핑’이라는 새로운 문화 장르를 만들어냈다.
체력의 한계를 과학기술의 힘으로 극복한 e바이크 캠핑은 백패킹과 오토캠핑의 중간 정도 장비가 사용된다. 가벼운 캠핑 장비를 챙겨서 언제든지 시간만 내면 떠날 수 있고, 장거리 주행도 배터리 용량만 늘리면 가능하다. 라이더의 길을 막는 제한요소가 거의 없는 것이 e바이크 캠핑의 매력이다.
가볍게 떠나보는 나만의 e바이크 캠핑
나만의 즐거운 취미가 있어 주말을 기다리는 사람은 취미가 없는 사람보다 더 즐겁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답답한 팬데믹 상황에서 힐링을 원하는 이들에게 시간만 내면 언제나 떠날 수 있는 e바이크 캠핑보다 더 좋고 건강한 취미생활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리가 누리는 자연환경은 후손에게 빌린 것이다. e바이크 캠핑은 여유롭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 머물렀던 흔적 없이 숲 향기 가득한 맑은 공기를 가슴 깊숙이 담아 추억만 챙겨올 수 있는 친환경 힐링여행이다. 라이더라면 체력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캠핑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e바이크 캠핑 세상에 남보다 먼저 한 발을 담가보기 바란다.
글·사진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esu65@naver.com)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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