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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의 e-Bike Essay] 질주본능 라이더의 가장 큰 장애물 공기저항

바이크조선 | 2020.08.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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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탈것은 일정 속도 이상이 되면 ‘공기저항’이라는 가장 심각한 장애물과 조우하게 된다. 공기저항 값은 정면 면적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물리학의 법칙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속도가 높아지면 공기저항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대부분의 에너지가 공기저항을 극복하는데 쓰이고 만다. e바이크 역시 마찬가지다. 속도를 높이면 배터리 소모가 급격하게 늘어나 그만큼 주행거리는 확 줄어든다. e바이크의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적절한 페달링과 변속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속도를 낮춰야 한다.

자세를 낮추고 팔을 뻗은 에어로 자세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자전거로 최고속도를 얼마나 낼 수 있을까?

자전거를 타본 라이더들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생각해보자. 한두 번은 다운힐에서 생명에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무리한 속도를 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지난 4월 섬진강길 라이딩에서 일반국도에서 터널로 이어진 내리막길 위험구간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 리컴번트로 인생 최고속도를 경험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전거 속도기록에 비하면 필자가 냈던 속도는 속도도 아니었다.

자전거 최고속도 기록

미국의 여성 라이더 드니스 뮬러 코레넥은 2018년 9월 16일 유타주의 본네빌 소금평원에서 제트 엔진을 단 경주용 자동차에 연결해 처음 4마일 정도를 달리다가 마지막 1마일가량을 줄을 끊고 공기저항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자력 페달링으로 시속 296km를 기록했다.

출발할 때부터 평지에서 온전히 사람의 힘만으로 달려서 낸 최고기록은 총알처럼 생긴 ‘에타’라는 자전거로 달성한 시속 145km이다. 2016년 미국 네바다주 배틀 마운틴에서 열린 ‘세계 인간 동력 스피드 챌린지’(WHPSC) 대회에서 수립된 기록이다.

두 기록에는 공통점이 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해서 얻어낸 결과다. 공기저항이 자전거 속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점을 내가 달려본 최고속도와 세계기록의 차이로 보여준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로드바이크

공기저항의 공식

공기저항 값은 라이더의 정면 면적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게 된다. 자전거와 라이더의 면적이 2배로 늘어나면 공기저항은 2배로 커지지만, 속도가 2배로 빨라지면 공기저항 값은 4배로 늘어난다.

공기저항은 자전거의 속도와 바람의 방향 및 세기가 합산된다. 자전거를 탈 때 맞바람에 힘들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결국 맞바람은 기존의 공기저항 값에 바람 속도를 더한 결과로 바람의 세기가 체력(배터리) 소모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초속 5m의 바람은 시속 18km이다. 초속 5m의 맞바람을 맞으며 시속 18km를 내려면, 바람이 없을 때 36km를 내는 것과 같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반대로 뒤바람을 맞으면 페달을 거의 밟지 않아도 18km에 근접한 속도가 나온다.

엄청난 공기저항이 발생하는 평속 30km 이상을 유지하는 로드바이크는 단면적을 줄인 에어로 자세여서 가능한 것이다. 줄지어서 바짝 붙어 달리는 것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필살기다.

결국, 자전거가 달릴 때 단면적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공기저항이 라이더의 발목을 잡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전거로 내리막을 빠른 속도로 내려갈 때나 맞바람이 심할 때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면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몸을 세우면 속도가 느려지는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아래 <그래프1>은 드롭바의 아랫부분과 윗부분을 잡은 자세에서 달라지는 속도와 소모되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그래프 1> 자세와 속도에 따른 에너지 소모량 by 벤호건

저속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나 속도가 빨라질수록 간극이 커진다. 시속 50km에서는 근 2배의 차이가 난다.

<그래프 2> 속도를 내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 세로(Y축)가 속도(km/h), 가로(X축)가 출력(W) (빨간선은 250W를 표기한 선).

가속에는 기하급수적인 힘이 더 필요하다

<그래프 2>를 살펴보면 자전거가 시속 15km를 내는 데는 50W의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시속 20km를 내려면 100W의 힘이 필요하다. 속도 5km를 높이는데 2배의 에너지가 들어가게 된다.

속도를 20km에서 40km로 올리는데 얼마만큼의 힘이 필요할까? 속도가 2배면 힘도 두 배인 200W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550W의 힘이 필요하다. 처음 20km/h는 100W로 가능했지만 추가 20km/h를 내는 데는 450W가 더 필요했다. 그런데 시속 40km에서 50km로 10km 더 끌어올리는 데 450W의 힘이 또 추가로 필요하다. 시속 50km를 내려면 1,000W가 넘는 파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배터리의 주행거리가 속도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고 줄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낸 속도는 계산하지 않고 애꿎은 배터리 성능을 탓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e바이크로도 50km/h를 내려면 모터 파워와 라이더의 다리 힘 합이 1,000W 이상 나와야 가능하고 이때 배터리 소모량은 상상 그 이상이다.

자전거는 장르에 따라 공기저항 차이가 크다.

시속 20~25km가 가장 효율적

500Wh 배터리를 장착한 e바이크로 페달링을 하지 않고 오직 스로틀로만 주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시속 20km로 주행하면 시간당 100Wh의 전기를 사용하므로 최대 100km를 주행할 수 있지만, 시속 40km로 주행하면 시간당 550W의 전력을 사용해 주행거리가 40km도 안 된다. 같은 용량의 배터리로  속도에 따라 주행거리가 2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된다. 다만 이 계산은 라이더의 페달링 의지와 라이더 및 차체의 무게, 도로 상태 등 각종 변수를 고려하지 않아 실제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론상 자전거가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효율은 공기저항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시속 15km 이하다. 실제로는 시속 20~25km가 페달링을 더해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주행거리를 최대로 뽑을 수 있는 최적의 속도다. 멀리 달리기 위해서는 속도 욕심을 버려야 한다.

보쉬 홈페이지에는 각 변수에 따른 주행거리 계산기가 있다. 보쉬 모터를 장착한 e바이크로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대입시키면 해당 모터와 배터리로 속도별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아래 결과는 필자가 원하는 임의의 변수를 넣고 같은 조건에서 속도만 바꾸었을 때 같은 모터와 배터리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15km/h에서는 135km
20km/h에서는 105km
25km/h에서는 79km
35km/h에서는 45km 주행할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 속도를 바꾸면 이렇게 엄청난 주행거리 차이가 나게 된다.

토크 센서 방식이라 비교적 정확한 주행거리 산출이 가능하다. 스피드 센서 방식은 라이더의 페달링 의지에 따라 주행거리가 고무줄이라 거리 계산과 예측이 어렵다. 나만 주행거리가 왜 안 나올까, 고민하기 전에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하는 것이 평속이다. e바이크 타면서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주행거리는 논할 필요가 없다.

속도를 무시한 주행거리 오해 사례

필자 회사에서 주행거리가 나오지 않는다며 들어온 클레임 2건을 살펴보자

사례 1

주말에 e팻바이크를 사러 온 고객이 있었다. 한번 충전해서 얼마나 달리느냐는 질문에 “팻바이크지만 토크 센서여서 50km 이상은 가능하고 잘 타면 더 달릴 수도 있다”고 설명헸다. 하지만 그 고객은 일요일 라이딩을 다녀와서 월요일 바로 환불하러 왔다.

토크 센서라 주행거리가 50km는 간다고 했는데, 실제로 50km도 못가서 고생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탔느냐고 물으니, 로드랑 같이 투어 나가서 평속 30km 이상으로 달렸다고 한다. 파스 4~5 놓고 본인도 열심히 페달링해서 달렸다는 것이다(토크센서 모델이라 페달링을 해야 모터가 지원된다).

36V 15Ah 배터리 용량은 500Wh 급이라 주행거리는 이미 산술적으로 나와 있는데 주행거리 불만으로 작정하고 환불하러 왔다. 속도를 25km 내외로 유지하면 100km 이상도 탈 수 있다고 설명했더니, “내가 25km로 타려고 전기자전거 샀냐? 속도를 얼마를 내는 것은 내 마음이고 50km 주행거리가 안 나와서 죽음의 페달링을 경험했다”면서 월요일 아침에 방문한 것이었다.

e바이크도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 적용된다. 1km 가는데 12Wh가 소모된다. 70kg 대 몸무게, 25km/h 이하의 평속, 기온 20도, 무풍, 평지, ‘할리우드 페달링’이나 스로틀 주행 기준으로 이 조건에서 변수를 계산하면 주행거리는 늘고 줄어들 수 있다. 이 변수 중에 하나라도 바뀌면 주행거리는 고무줄이 된다.

시속 20km는 100W로 유지가 되지만, 30km에서는 250W, 40km에서는 550W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팻바이크는 타이어 면적이 넓어서 배터리 소모량이 더 늘어나게 되니 로드와 같이 달렸다면 50km 못 가서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는 조건이다. 이 경우는 배터리를 주행용으로 사용하기보다는 공기저항 극복용으로 더 많이 사용한 결과였다. 소비자는 보이지 않는 공기의 벽은 무시하고 오로지 주행거리만 따져서 생긴 문제였다.

자세가 낮은 리컴번트는 상대적으로 공기저항에 유리하다.

자세를 세우는 미니벨로는 공기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리컴번트에 페어링을 장착하면 공기저항을 줄여 더 빠른 속도를 낼수 있다.

리컴번트에 전체를 가리는 페어링을 달아 공기저항을 최소화시키는 벨로모빌. 자전거 최고속도 기록도 이런 벨로모빌이 가지고 있다.


사례 2

퇴직 후 부부가 그동안 꿈꾸어왔던 국토종주를 하고 싶다고 몇 번 상담을 왔다. 허브모터 방식의 전기자전거를 이미 타고 있고 36V 10Ah 배터리로 열심히 페달링해서 100km 이상도 달리지만 체력이 약한 아내와 국토종주를 하기 위해 필자의 e탠덤바이크를 빌려 타보고는 같은 탠덤 자전거에 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하기로 했다.

필자는 접이형 20인치 탠덤 자전거에 350W 중앙구동식모터를 추천했다. 접어서 고속버스 화물칸이나 승용차에도 실을 수 있고, 무게가 가벼워 페달링을 잘하면 장거리도 가능하다. 안전과 내구성을 생각하면 350W 모터로도 충분한 출력이 나온다. 탠덤 라이딩은 뒷사람이 페달링과 무게중심 이동에 협조를 잘해야 한다. 중앙구동식 모터는 기어비만 조정하면 속도와 토크를 선택할 수 있는 만능이 된다.

출고 다음 날, 주행거리 불만으로 환불을 해야겠다고 찾아왔다. 1번 배터리로 두 사람이 남산을 다녀왔다고 한다. 아내는 페달링을 거의 않고 본인은 열심히 했다고 한다. 500Wh 배터리로 두 사람이 타고 남산을 업힐하니 30km밖에 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정상이다.

2번 배터리는 두 사람이 평지인 한강을 탔는데 페달링을 열심히 했는데도 50km밖에 못 갔다고 한다. 주행속도는 평균 30km 이상이었다. 국내산 새 배터리 용량은 에너지 불변의 법칙을 증명할 만큼 정확한 에너지양이 나온다. 이 경우 50km 주행거리는 정상이다. 만약 속도를 20km로 낮춰서 운행하면 주행거리는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설명에도 “무슨 소리냐, 50km밖에 못 가는 배터리라면 2개 합쳐야 100km인데 이래서는 국토종주를 할 수 없다”고 불평했다. 그래서 주행거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속도를 줄이세요!!”

늘어난 속도로 인해 제곱으로 높아진 공기저항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많아진 것이다.

탠덤으로 평속 30km 이상, 주행거리 150~200km를 달리려면 답은 배터리를 늘리거나 다리 힘을 늘리는 것 말고는 없다. 아내가 페달링을 않고도 평속 30km를 내고 싶고, 배터리는 더 투자하고 싶지 않다면서 배터리 한 팩을 그냥 주든지 환불을 요구했다. 평속을 줄이면 다 해결될 일을 속도는 내고 싶고 배터리는 늘리고 싶지 않다고 하니 대책이 없다. 필자는 그냥 시원하게 “고객님은 저희 제품을 타실 자격이 없습니다.”하고 환불해주었다. 어디 가도 구할 수 없는 e바이크를 요구하니 어쩔 수 없었다. 본인은 변속을 잘했다고 하지만 허브 모터 방식을 오래 탄 분들은 대부분 변속을 하지 않고 타는 데 익숙해져 있다.

자동차를 시속 150km로 달리고 공인연비의 반밖에 안 나왔다고 하면 반품이 될까? 필자는 “지금의 기술로는 해결이 안 되는, 지구상에 없는 e바이크를 찾지 말고 오토바이를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공기저항과 무관하게 슬로우 라이딩을 해야 하는 쵸퍼

고성능 e바이크는 공기저항의 영향을 덜 받는다.

실내자전거는 공기저항을 감안하지 않아도 된다.

더 멀리, 더 안전하게 가는 방법

주행거리가 불만인 두 사례를 살펴보면, 속도를 높여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공기저항 때문에 정작 달리는데 사용할 에너지를 공기저항을 해결하기 위해 너무 많이 사용해서 주행거리가 짧아진 경우다. 이는 시속 25km로 속도제한이 걸려있는 자전거도로 인증 자전거가 주행거리가 잘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속도를 높이면 에너지 손실은 제곱으로 높아진다. 이는 일반 자전거나 e바이크뿐만 아니라 모든 탈것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다.

이제는 고속으로 달리느라 공기저항 때문에 배터리 용량을 다 날려버리고 주행거리가 짧아졌다고 불평하는 라이더는 없기를 바란다.

일반 자전거와 같이 e바이크 역시 공기의 장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리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밀어붙이지 말고 적절한 속도로 타협해서 달리면 배터리 걱정 없이 장거리 라이딩이 가능하다.

빠른 속도를 원하면 속도의 제곱만큼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이 필요하게 되어 여기에 맞춰 배터리를 늘리다가는 결국 자전거가 아니라 무거운 ‘자토바이’가 될 수밖에 없다. 필자도 한때는 30kg에 육박하는 eMTB를 소유했지만 요즘은 최소한의 배터리로 올마운틴 e바이크의 무게를 20kg 정도로 유지하고, 장거리 라이딩에는 배터리를 추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e바이크로 속도를 높이면 슈퍼맨이 된 경험을 하게 되지만, 속도를 올린 만큼 피할 수 없는 장벽도 생긴다. 속도를 줄이면 효율과 안전이라는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


글·사진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esu65@naver.com)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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