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TB 프로젝트 2탄! 이번엔 실전이다! 고령의 MTB지만 새로운 심장을 달고 젊어진 E-MTB가 실제 주행에서 어떤 성능을 발휘하는지 산악에서 비교 테스트를 해보았다.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지난호에서 집에서 나이만 먹어가던 MTB에 전기자전거 키트라는 새로운 심장을 달아 E-MTB로 탈바꿈 시키는 내용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그 후속편으로 E-MTB로 재탄생한 올드 MTB와 신형 MTB를 비교 시승해 보았다.
우선 오늘의 두 선수를 소개한다.
신형 하드테일 vs 전기키트로 무장한 올드 하드테일
캐논데일 비스트 오브 디 이스트!
스마트폼 C1 알로이 프레임으로 가볍고 강하다. 650b+ 규격으로 3인치 광폭 타이어를 달아 안정적인 라이딩이 특징. 120㎜ 트래블의 레프티 2.0 서스펜션 포크를 달았고 구동계는 스램 X1 11단이다. 가격은 330만원.
전기자전거 키트로 재탄생한 2010년형 트렉 8500!
2010년을 주름잡던 하드테일 MTB! XT 구동계와 가벼운 알루미늄 프레임에 찌릿찌릿한 전기모터 심장을 더했다. 모터는 벨로스타의 350W. 2009년 당시 300만원대의 MTB에 2016년 160만원의 전기자전거 키트 장착. 가격은 약 430만원.
라운드1 800m 포장도로 업힐
첫 대결은 약 800m 거리의 도로 업힐 코스를 각각의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며 시간을 측정하는 랩타임 대결이다. 일반 MTB를 먼저 탈 경우 체력 고갈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E-MTB를 먼저 타고 30분간의 휴식 후에 MTB를 탔다. E-MTB는 스로틀 방식이 아닌 페달을 굴려야만 힘을 보조해주는 PAS(Pedal Assist System)를 이용했으며 모터의 도움 정도는 총 1~9단계의 PAS 레벨 중 중간단계인 레벨5에 고정했다.
비교 테스트를 위한 라이더로는 산바다스포츠의 김태오 미캐닉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는 MTB 경력이 상당한 베테랑이다. 처음 기획단계에서는 기자가 직접 시승을 할까 했지만 E-MTB를 탄 후 다시 MTB를 탈 경우 체력적 문제로 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아마도 하루는 쉬어야 E-MTB를 탔을 때와 같은 몸 상태가 될 것이다.
E-MTB로 돌아온 트렉 8500을 타고 힘차게 출발! 완만한 평지가 이어지는 코스 초반에는 모터의 힘과 더불어 빠르게 가속한다. 모터와 배터리로 늘어난 6.9kg의 추가 무게는 350W 모터의 출력으로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잠시 후 업힐이 시작되지만 모터의 힘으로 편하게 가속이 되자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보이는 김태오 미캐닉
업힐을 오르면서도 크게 힘이 들지 않는 모습
도착 지점을 앞두고 마지막 스퍼트를 올린다. 자동차로 따라가며 촬영을 하다가 먼저 골인 지점에 도착한 기자가 카메라를 잡고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도착한 E-MTB. 편안함과 동시에 매우 빠르다.
도착지점을 통과한 E-MTB의 기록은 2분23초! 자동차로 가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는 기록이다.
일반 MTB를 타기 위해 출발선으로 돌아가는 E-MTB. 모터나 배터리의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에 내리막 고속주행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30분간의 휴식 후 완벽히 회복된 몸으로 MTB를 타고 출발하는 김태오 미캐닉. 초반 평지구간에서는 E-MTB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속도로 질주해 간다.
하지만 업힐이 시작되자 E-MTB에 비해 속도가 많이 떨어지는 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페달링을 이어간다. 하지만 웃음기가 사라지고 숨이 거칠다. 표정에서 힘들어하는 근육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골인지점을 앞두고 막판 스퍼트! E-MTB를 타고 올라 왔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에 체력소모의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MTB를 타고 동일한 코스를 오른 기록은? 1분24초나 늦은 3분47초다. 기록 차이도 상당하지만 오르고 난 후 라이더가 힘들어 하는 정도의 차이까지 감안한다면 1분24초라는 기록 차이 이상으로 전체적인 라이딩 경험 자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만약 800m가 아닌 더 긴 코스를 주행했다면 그 차이는 더 커졌을 것이다.
도로 업힐 코스 측정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 내리막에서는 파워보다 스킬이 중요하기 때문에 E-MTB와 포장도로 내리막의 차이는 없다고 보인다.
라운드2 급경사의 싱글트랙
두 번째 대결은 낙엽이 가득 쌓인 급경사의 싱글트랙을 오르내리는 코스다. 이번에는 짧은 구간을 두 자전거를 번갈아 가며 타보는 형식으로 두 자전거의 차이를 알아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E-MTB가 먼저 출전했다.
대결 전 사이좋게 누워있는 두 선수
임도의 급경사에서도 센터드라이브 방식의 벨로스타 모터는 힘을 감추지 않았다. 경사가 급함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편안하게 오르막을 올라간다. 사진을 보면 라이더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많이 쏠리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만큼 모터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는 뜻이다.
내리막 주행도 일반 MTB와 크게 다른 느낌을 갖기 힘들다. 낮은 무게중심으로 안정적이기에 일정한 속도로 내리막 주행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기술을 구사하기엔 무거운 무게가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점프를 한다거나 스키딩을 할 때 무거운 자전거를 빠른 속도에서 컨트롤하기 어렵다. 점프도 일반 MTB에 비해 높이, 멀리 되지 않는다. 오르막에서는 확실한 우위에 있지만 내리막에서는 어느 정도 뒤쳐진다. 또 내리막 주행 중 센터드라이브에 토크가 걸리는 순간, 원치 않는 파워가 지면에 전달되어 생각지 않게 미끄러질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내리막 주행시에는 모터의 전원을 끄거나 PAS 레벨을 1에 맞추는 것이 좋다.
모터를 사용하다보니 오르막 한가운데서 잠시 멈췄다가 출발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가장 경사가 심한 구간에서 출발해보기로 했다. 매우 가파른 경사여서 불가능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쉽게 언덕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언덕에서의 장점은 정말 확실하다는 걸 확인했다.
이번엔 MTB를 타고 낙엽이 쌓인 경사로를 올라봤다. 역시나 오르막에선 E-MTB에 비해 훨씬 힘들다. 무게중심을 양옆으로 옮겨가며 토크를 주거나 빠른 케이던스로 페달을 돌려야 언덕을 오를 수 있다.
경쾌하게 날아오르는 MTB
하지만 내리막에서의 컨트롤은 단연 E-MTB를 앞선다. 점프를 할 때도 훨씬 가볍게 멀리 도약할 수 있고 내리막에서 뒷바퀴가 미끄러져도 트랙션을 다시 잡기가 수월하다. 한마디로 원하는 대로 자전거를 가지고 놀 수있다.
그렇다면 오르막에서 MTB도 멈췄다가 다시 출발할 수 있을까? E-MTB로 다시 출발했던 동일한 장소에서 MTB로 멈췄다가 출발해봤다. 하지만 출발 자체가 불가능했다. 페달링 순간 강한 토크에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자전거에 오르는 자체가 힘들었다. 이번에는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잠깐 멈췄다가 다시 출발해 보기로 했다. 이는 김태오 미캐닉이 스탠딩을 잘 구사하는 상급 라이더여서 가능한 것이지 일반적인 라이더라면 아예 불가능 할 것이다. 그렇게 잠시 스탠딩을 했다가 출발해 보았는데 역시나 강한 힘을 내면서 무게중심이 흐트러져 실패했다. 가파른 오르막에서 MTB를 탄다면 멈추지 말고 정상까지 쭉 올라가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다. E-MTB의 쉬운 출발과는 대조된다.
편안함이냐, 재미냐
사실 기사의 제목을 두 자전거의 대결이라고 했지만 대결을 시작함과 동시에 어느 편의 손도 들어줄 수 없다는 걸 알고 깨달았다. E-MTB는 해를 거듭하며 그 규모가 급속도로 커져 이제는 단독으로 하나의 장르가 되어 일반 MTB와 비교해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정지어 말할 스는 없는 것이다. 다만 각자 라이딩 스타일에 따라 그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E-MTB는 오르막을 편하게 올라갈 수 있어 산과 풍경을 즐기며 옛날 선비가 꽃놀이 하듯이 라이딩 할 수 있다. MTB는 좀 더 익스트림한 라이딩을 원하는 사람들이 심장이 터질 듯 페달을 밟고 스릴을 느끼며 다운힐을 만끽할 수 있다. 둘 중에 무엇이 더 자신과 맞는지는 둘 다 타봐야 하지 않을까.
RIDER’S REVIEW
시승자 김태오(캐논데일 미캐닉) “전기MTB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이번 비교시승에 나온 두 대의 자전거는 장르가 달라 절대비교 자체부터 무리가 있었다. 모터를 장착한 것은 XC, 일반 MTB는 캐논데일의 트레일 바이크인데, 장르를 떠나 개인적으로 전기장치를 장착한 MTB는 오르막에서만 편할 뿐 재미는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비교시승을 통해 그 선입견이 제대로 허물어져버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기MTB는 전기MTB 나름의 재미가 있다!’라는 것이다. 비교시승을 한 곳은 우면산 일대의 온로드와 오프로드 코스인데 하루 종일 바람과 함께 눈발이 날렸다. 취재팀은 노면이 많이 젖거나 미끄러우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개인적으로 눈·비가 내리는 날 라이딩을 즐겨해서 걱정은 없었다.
우선 온로드 업힐에선 전기MTB가 정말 편했다. 이게 사실 라이더에 따라 평이 많이 갈릴 듯한데 필자는 자전거모임에서 ‘샤방라이더’라는 닉네임으로 불릴 정도로 평소 오르막에선 가벼운 기어로 느긋하게 올라가는 편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시승코스의 오르막은 경사도가 최고 30%까지 되는 힘든 코스다. E-MTB인 트렉 8500은 센터드라이브 방식이다 보니 앞 체인링이 싱글이다. 캐논데일에 비하면 기어비 선택에 제약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르막에서 모터의 힘이 더해져 30% 경사도 확실히 편안하게 오를 수 있었다. 일반 MTB로는 상상도 못했던 경치 구경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캐논데일 MTB는 타이어가 3인치여서 온로드 오르막에서는 확실히 불리했다. 그래도 구동계가 1(30T)×11(10-42T)로 작은 기어비를 얻을 수 있어 급격한 오르막에서도 라이딩이 가능했다. 하지만 전기MTB에 비해서는 많이 힘들었다.
전기자전거에 대한 편견이 깨지다
온로드 테스트가 끝난 후, 오프로드 구간으로 넘어갔다. 코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점프대 구간에서 전기MTB는 큰 무리가 없었다. 점프나 다운힐 구간을 내려가도 배터리가 돌아가거나 오작동이 나타나는 증상이 전혀 없었다.
점프대 구간을 역으로 다시 올라가며 급경사 중간에서 재출발하는 테스트를 했다. 사실 이는 필자 또한 궁금했던 부분이라 의욕에 불탔다. 먼저 전기MTB로 시도했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실패했다. 이유는 온로드 업힐 때와 같은 PAS 레벨로 시도했더니 앞바퀴가 쉽게 들리는 현상이 나타나 중심을 잃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5보다 낮은 2~3레벨로 설정하고 시도해보니 아주 경쾌하고 재미있게 올라갔다. 여기서 재미있다는 표현을 한 이유는, 스로틀과 PAS를 같이 사용하면서 올라가보니 앞이 살짝살짝 들리기는 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서 무게중심을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타보니 마치 산악오토바이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MTB로 시도했다. 초반 점프대 구간은 무사히 올라갔으나, 나무 밑동이 많은 마지막 구간에서는 아쉽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세 번 시도해봤지만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출발할 때 무게중심이 틀어지거나 힘이 받쳐주지 못해 실패했다.
시승 소감을 간단히 몇 정리하자면, 전기자전거라고 해서 운동이 되지 않는다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기 MTB를 타보면서 일반 MTB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여유와 재미를 발견할 수 있어 즐겁고 유익했다. 전기 MTB에 대한 편견을 깨고, 특별한 매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글 유병훈 기자, 최웅섭 기자
사진 유병훈 기자
시승 김태오(캐논데일 미캐닉)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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