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전기자전거 부품업체, 바팡(BAFANG)을 가다
바팡(BAFANG)은 모터와 컨트롤러, 계기판 등 전기자전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을 생산한다. 독일 보쉬와 함께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완성차는 만들지 않고 부품만 공급하니 시마노·캄파놀로·스램과 비슷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연간 1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고 전기자전거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점유율 1위를 지킨다. 시마노까지 전기자전거 분야에 뛰어들면서 앞으로 전기자전거 시장도 춘추전국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도 굳건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바팡의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 수저우(蘇州)에 자리한 본사를 찾았다.
“수저우까지 2시간 넘게 걸린다구요?”
상하이 푸동공항에 내리자 고맙게도 바팡 본사에서 직원이 나와 있었다. 그런데 수저우(蘇州) 본사까지 자동차로 2시간 이상 걸린다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지도를 보면 상하이와 수저우는 바로 붙어 있다. 교통체증이 별로 없는 고속도로를 이용했는데도 실제로 2시간반 정도가 걸렸으니 서울~전주 거리 아닌가. ‘역시 정말 큰 땅이구나….’
5~6년 전 상하이에 온 적이 있는데 그 사이에 도시는 더 커지고 세련되어진 것 같다.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고속철도가 도시를 관통하고 상하이와 수저우는 사실상 하나의 시가지로 연결되어 있었다. 상하이 인구가 2400만, 수저우는 1300만이라는 말에 다시 까무러칠 듯 놀랐다. 그럼 바로 아래에 있는 항저우(杭州)는 900만이란다. 거의 붙어 있는 이 세 도시만으로 인구가 4600만이다. 주변 위성도시를 더하면 우리나라 인구 5000만은 쉽게 뛰어넘는다. 과연, 상하이 일원은 중국은 물론 세계 최대의 대도시권(메트로폴리스)이다.
이처럼 엄청난 인구와 광활한 땅을 가진 중국이란 나라… 게다가 10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나라. 건물과 도로는 선진국 못지않고 거리는 예전보다 훨씬 깨끗해졌다. 오가는 사람들의 행색, 교통질서도 놀라울 만큼 개선되었다.
이런 나라에, 그것도 상업과 공업의 중심지인 상하이 인근 수저우에 세계 전기자전거 업계를 좌우하는 바팡(BAFANG) 본사가 있다.
‘벨로스타 투르 드 제주’에서 성능 검증
자전거생활 독자라면, 그리고 지난 10월초 제주도에서 열린 ‘벨로스타 투르 드 제주’에 참가했다면 바팡은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 바팡 제품을 키트화해서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을 개척해온 벨로스타는 설립 3년 만에 업계 3위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벨로스타 투르 드 제주’는 과연 전기자전거가 장거리에도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실전테스트를 위해 벨로스타와 본지가 공동으로 기획한 행사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110명의 참가자가 제주환상자전거길 240km를 3일간 일주했는데 모두 완주에 성공한 것이다. 한번 충전으로 90km 이상을 달렸고, 종일 쏟아진 폭우 속에서도 큰 고장은 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이번 행사를 진행하고 지켜본 나는 전기자전거, 정확히는 바팡 시스템에 높은 믿음을 갖게 되었다. 아울러 전기자전거의 미래에 대한 확신도 얻었다.
‘벨로스타 투르 드 제주’ 행사 때 바팡 본사에서도 펑화(憑華) 시장계획부(마케팅) 부장이 참가해 완주했다. 당시 서로 간에 쌓은 신뢰가 인연이 되어 이번 본사 취재가 성사되었다. 이미 여러 쟁쟁한 업체들이 있는 장벽을 뚫고 어떻게 유럽시장에서 1위에 올랐는지, 공장은 어떤 공정으로 움직이는지, 대표는 어떤 방침으로 회사를 운영하는지, 업계의 세계적인 리더로서 전기자전거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지 등등 궁금한 것이 많았다.
본사에 도착하자 펑화 부장이 반갑게 일행을 맞아주었다. 여전히 소년처럼 환하고 밝은 표정의 펑부장은 바팡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모든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한다. 물론 처우도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어서 이직률이 굉장히 낮다”고 자랑했다.
모터 생산이 주력, 연구개발에 총력
바팡(BAFANG)은 회사의 브랜드이자 약칭이고, 정식 회사명은 ‘소주팔방 전기과기유한공사(蘇州八方 電機科技有限公司)’이다. 우리말로 풀자면 ‘소주팔방 모터과학기술주식회사’쯤 될 것이다. 흔히 ‘사방팔방’이라고 할 때의 팔방(八方)의 중국식 발음에서 ‘바팡’이 유래했다. 전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강력한 기업정신이 담겨 있다.
본사는 수저우 동쪽에 자리한 수저우공업지구에 자리하고 있다. 4층 본관과 공장, 연구소가 한 곳에 있는데, 전체 부지는 2만㎡(약 6000평) 정도다. 직원은 약 280명인데 그중 40명이 연구인력이다. 연구인력 비중이 14%를 넘는다. 생산라인에는 100여명이 투입된다. 톈진(天津)에는 중국 내수 위주의 공장과 연구소가 있고, 유럽에는 네덜란드와 독일에 AS를 위한 지사를 두고 있다.
역시 땅이 넓어서일까. 본관에 들어선 첫 느낌은 공간이 넉넉하다는 것이었다. 현관 로비의 전광판에는 우리 이름이 영문으로 씌어 있고 환영한다는 인사가 떠 있다. 예상치 않은 환대와 섬세한 준비는 우리를 감동시켰다. 우리 외에도 세계에서 몰려든 바이어와 거래처 사람들이 많았다. 펑 부장은 바팡 본사를 찾는 사람이 연간 1만명이나 된다고 했다.
왕칭화(王淸華) 바팡 사장은 이처럼 많은 손님들을 맞아야 해서 우리와 잠시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 인터뷰 시간은 내일 오전에 따로 내주기로 했다.
펑 부장이 먼저 회사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를 해주었고, 공장 전체를 구석구석 안내해 주었다.
연간 100만대 생산 공장 견학
품질 제일주의, 완성차로 5000km 이상 실전 테스트
생산 공장은 본사 사무동 옆에 바로 붙어 있다. 공장을 돌아보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위가 매우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직원들은 널찍한 공간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일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생산라인이 기본이기는 하지만, 테스트와 검사에 생산라인 못지않은 인원이 투입되고 있는 점도 이채로웠다.
모든 제품은 일일이 성능과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공장 곳곳에 ‘불량품을 없애자’, ‘문제가 생기면 즉각 보고하자’ 등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어 품질 관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연구진이 5000km 이상 라이딩 테스트
지난번 ‘벨로스타 투르 드 제주’에서 바팡 모터의 내구성과 효율에 감탄했는데, 완성차 실험실을 보고는 머리가 끄덕여졌다. 개발 제품은 실제 완성차에 장착해서 아주 까다롭고 현실적인 실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8명의 연구원이 직접 출퇴근을 하거나 하루에 100km씩 꾸준히 타면서 무려 5000km의 내구 테스트를 진행한다. 매일 100km를 타도 50일이 걸리는 지난한 작업이다. 이처럼 가혹한 실전 테스트를 통과해야 제품으로 완성된다.
하나의 완제품이 탄생하기까지는 이처럼 수많은 연구와 개발,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해서 고객사가 요구하는 신제품을 완성하는데 3년이 걸린다. 기존 제품의 개선에도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도 확실한 테스트를 거친 다음 비로소 시판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확인한, 놀라운 내구성과 악천후 속에서도 버텨낸 신뢰성은 이런 테스트 위주의 품질관리 때문이었다.
까다로운 유럽시장을 뚫은 것도 결국은 이같은 완벽주의가 이뤄낸 품질과 성능이었던 것이다.
왕칭화(王淸華) 바팡 대표
“보쉬와 시마노, 두렵지 않다”
“우리가 보기에 한국은 시장이 너무 작은데… 요즘의 한국 전기자전거 시장 상황은 어떤가?”
기적 같은 성장을 이룬 바팡의 리더 왕칭화(王淸華) 사장은 자리에 앉자 말자 속사포같이 질문을 쏟아냈다. 내가 질문을 하고 취재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취재를 당하는 꼴이었다. 나름 중국어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 중국어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왕 사장의 말이 워낙 빠르고 남부지방 특유의 사투리까지 섞여 있어서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중국에서 대학을 나온 이상윤 기자가 도와주었다.
나는 “한국은 현재는 1% 정도로 전기자전거 시장이 매우 작은 것이 사실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내년부터 PAS 방식을 자전거로 인정하는 법이 시행되고 많은 업체들도 전기자전거를 들여올 계획이어서 2017년은 한국에서 전기자전거 보급에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또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자전거 시장의 돌파구도 전기자전거뿐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확신에서 한국에서 최초로 전기자전거 전시회를 열어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주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엔지니어 출신, 2003년 창업해 지금의 규모로 키워
왕 사장은 “그렇기는 해도 지금은 시장이 너무 작다. 훨씬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도 7만대인데 한국이 2만대도 안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하며 다시 질문 공세를 펼칠 기세다. 이러다 내 취재는 못하고 인터뷰만 당하겠다 싶어, 전기자전거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편견을 잠깐 소개하고는 “이제는 내가 질문하겠다”고 나섰다. 왕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 준비를 했다.
50대 초반의 탄탄한 체격에 격의가 전혀 없고 소탈한 분위기다. 외모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듯 가죽점퍼를 대충 걸친 모습도 체면이나 겉치레보다는 실리를 우선시 하는 개방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직접 운전하는 그의 자동차도 7년 된 낡은 중형차였다.
중국에서 공대(工大)로는 최고명문에 드는 하얼빈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2003년 작은 공장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의 제조업체를 일궜으니 대단한 성공임에 틀림없다. 깨끗하게 정리되고 공간이 널찍한 본사와 공장부터 그랬지만 왕 사장도 평소 중국인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바꿔놓았다. 왕 사장은 치밀하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성품에 추진력과 에너지까지 갖추었다. 역시 성공하는 CEO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 2003년에 창업해서 작년에 60만대를 판매해 유럽시장 1위에 올랐다. 이렇게 급성장을 이룬 비결이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세 가지 부문에 집중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품질, 연구, 서비스가 그것이다. 지금은 우리 제품의 품질과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넘긴 것은 이런 품질과 함께 서비스에 역점을 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독일에 지사를 설립해서 유럽 전지역의 서비스를 보다 빨리 처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다른 회사가 AS에 일주일이 걸린다면 우리는 3일이면 된다.”
- 공장을 돌아보고 아주 깨끗하고 잘 정리된데다 공간이 널찍해서 놀랐다. 이런 완벽주의는 왕 사장이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아니면 성격적인 이유인가.
“그건 당연한 것이다. 품질과 연구에 최우선을 두자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 유럽에서의 성공은 놀랍다. 전기자전거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보쉬가 있는 독일이 특히 더 그렇다. 독일에서도 바팡은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데 일부러 보쉬를 의식해서 독일 시장에 집중하는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고 독일이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팡이 유럽에서 점유율 1위인 것은 대수에서 그렇고 금액으로 따지면 보쉬에 뒤진다. 작년에 독일에서 열린 ‘전기자전거 24시간 레이스’에 13개 팀이 출전했는데 12팀은 보쉬를 사용했고 1팀만 바팡이었다. 그런데 우리 바팡팀이 우승을 거두었다. 이런 성과 등으로 성능에서도 보쉬를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 유럽에서 점유율 1위인데 금액이 뒤진다는 것은 중저가 제품에 편중되어 있다는 뜻 아닌가. 대개의 선진국 시장은 브랜드가 시장을 좌우하는데 아무래도 바팡은 브랜드 파워에서는 아직 부족한 느낌이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것은 10년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브랜드 파워라는 것은 단시간에 구축하기 어렵다. 이제는 고가 제품도 생산하고 있어서 시간이 갈수록 브랜드 이미지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 올해 시마노도 전기자전거 부품을 내놓았다. 앞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 같은데, 시마노나 보쉬 같은 거대 기업을 상대로 자신이 있는지.
“(웃으며) 조금도 두렵지 않다. 우리의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시마노와 보쉬는 전기자전거가 주력이 아닌 측면도 있다(보쉬는 자동차 부품이 주력사업이다).”
- 중국은 그 자체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바팡은 내수보다는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중국의 전기자전거 내수시장은 연간 3400만대에 달한다. 하지만 업체간 경쟁이 너무 심하고 가격이 낮아서 수익성이 높지 않다. 기술적으로 앞선 우리 같은 경우 내수보다는 유럽 같은 고급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 직접 완성차를 생산할 계획은 없는가.
“(고개를 저으며) 없다. 우리는 모터와 컨트롤러, 계기판의 개발과 생산이 전문이다.”
이는 시마노와 똑 같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이 완성차 업체이기 때문에 완성차를 직접 생산하면 고객과 충돌이 일어나게 되고 투자의 집중력도 떨어지게 된다.
- 회사 한켠에는 별도 회사(마일스톤)가 전기자동차용 제품도 개발중이던데.
“전기자동차도 전기자전거와 원리는 같다. 모터가 더 크고 배터리가 더 클 뿐이다.”
- 전기자전거는 전륜, 후륜, 센터 구동 세 가지 방식이 있는데 장단점을 어떻게 보는지. 바팡은 센터 구동에 집중하고 있는 듯한데.
“우리는 세 가지 방식을 모두 생산하고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쁜 차이는 없다. 자전거나 취향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유럽의 경우 2000년 이후 전륜구동을 시작으로 전기자전거 보급이 늘어났지만 이후에는 후륜과 센터 구동 방식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센터 구동 방식의 수요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왕 사장의 솔직한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바팡의 주력제품은 센터 구동인데도 전륜이나 후륜과 이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역시 엔지니어 출신다운 냉정한 관점이랄까. 바팡의 최신 제품인 맥스(MAX)를 비롯해 고급 주력제품은 모두 센터 구동(센터 드라이브)이다. 특히 맥스는 페달링 힘을 계측하는 토크센서를 달아 한층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PAS(파워 어시스트)를 구현해 호평을 얻고 있다.
- 침체에 빠진 자전거 시장의 돌파구는 전기자전거뿐이라고 생각한다. 노령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앞으로의 전기자전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노령화와 전기자전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 모터와 배터리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고 있으니 전기자전거는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BAFANG www.szbaf.com
글 김병훈(자전거생활 발행인)
사진 이상윤 기자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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