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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 혹은 낭만을 찾아서…가을 新 코스 3선

바이크조선 | 2016.11.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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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마침내 육지가 된 선유도 ② 용암대지 협곡을 달린다 철원 한여울길 ③ 최신작 도심코스 인천 청라호수공원

무심한 척 해봐도 소용이 없다. 힘을 읽어가는 햇살, 훌쩍 짧아진 낮 시간, 무채색으로 퇴색해가는 수목,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차가운 바람… 기어이 가을은 오고야 말았다. 요사이 가을의 존재감이야 겨울의 전령사에 그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이 짧은 시절은 더욱 선명하게 쓸쓸함과 공허함이 머리와 가슴을 점령해버린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기도 하고, 그냥 가만히 있고 싶기도 한 감성의 딜레마에 마음은 갈피를 못 잡는다. 결국은 후회할 것이다. 차라리 떠나고 말 것을…

새만금방조제~무녀도 간 고군산대교 부분 개통
마침내 육지가 된 선유도

20년 전만 해도 서해의 낙도에 속하던 선유도를 비롯한 고군산군도가 엄청난 상전벽해를 거쳤다. 군산과 부안을 잇는 장장 33km의 새만금방조제가 근처를 지나더니 마침내 방조제에서 선유도(정확히는 신시도와 무녀도)를 연결하는 고군산대교가 연결되었다. 군산에서 배를 타고 50분을 가야하던 섬이 이제는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육지가 된 것이다. 선유도가 어디인가. ‘물에 잠긴 금강산’으로 비유하는 절경의 섬이다. 이제 자전거는 배를 타지 않고도 신선놀음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무녀도와 신시도를 잇는 고군산대교. 주탑 높이 105m, 주경간 400m 규모로 1주탑 현수교로는 세계최장이다. 길이는 1292m. 갓길 좌우에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있다

신선이 노닌다는 뜻의 선유도(仙遊島)가 마침내 육지가 되었다!

선유도는 새만금방조제 앞바다에 63개의 섬들이 몰려있는 고군산군도의 대표적인 섬이다. 주변의 대장도, 장자도, 무녀도와는 다리가 연결되어 지금은 이 섬들을 통틀어 대표하는 명칭이 되었는데, 새만금방조제가 지나면서 육지화된 신시도와 무녀도를 연결하는 고군산대교가 지난 7월 부분 개통되면서 선유도의 섬 시대는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새만금방조제에서 신시도를 거쳐 무녀도까지 이어지는 연결도로(4번 국도) 4.38km가 이번에 1차로 개통되었고, 무녀도에서 선유도~장자도를 잇는 나머지 구간 4.39km는 2018년 1월 완전 개통된다. 6개의 해상교량을 포함한 총 8.77km의 왕복 2차로 도로인데, 도로 양편에는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함께 조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무녀도 입구까지 도로가 연결되어서 새만금방조제에서 자전거로 선유도까지 바로 진입할 수 있다(자동차는 무녀도 입구에서 통제).

선유도의 대표적인 풍경인 망주봉(110m)과 명사십리해수욕장

다리가 놓이고 길이 뚫렸으니 그만큼 외부에서는 접근하기 쉬워졌지만, 한가와 고요를 누리던 신선들은 글쎄, 다리 개통과 함께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 것은 아닌지.

바위산이 물 위로 고개를 내민 신선경

신선이 놀았다는 이름처럼 선유도는 현실의 산수화를 방불케 한다. 밀물 때 폭 100m, 길이 800m의 모래밭으로 가늘게 이어지는 선유도해수욕장과 높이 110m의 통바위인 망주봉이 어우러진 모습은 최고의 절경이다. 일대의 산들은 대부분 망주봉 같은 바위봉우리를 이뤄 금강산이 물에 잠긴 듯 신비롭다. 깔끔한 섬마을과 멋진 다리들은 세련미까지 더했다.

거제 해금강이나 백령도의 두무진, 홍도 등은 파도에 침식된 해안절벽이 기암괴석을 드러내고 있는데 비해 선유도는 산 전체가 바위봉우리를 이뤄 이들 해안절경과는 또 다르다.

선유도를 비롯한 고군산군도는 옛날에는 군산진(群山鎭)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그 이름을 현재의 군산시에 넘겨주고 ‘옛(古) 군산의 섬 무리’라는 뜻으로 ‘고군산군도’로 불린다. 63개의 섬으로 구성된 고군산군도에 가보면 바다 위에 수많은 섬들이 모여 있는 모습에서 ‘산이 많다’는 뜻의 군산(群山)을 실감한다. 그중에서도 선유도의 산들만 유달리 통바위로 솟아올라 맑은 날 군산에서도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 같은 망주봉을 알아볼 수 있다.

무녀도 최북단의 바위섬은 한때 선유도에서 가장 오지였지만 고군산대교 개통으로 가장 먼저 만나는 풍경이 되었다

하룻밤은 묵어야 하는 곳

선유도는 다리가 연결된 주변섬들을 통틀어도 면적이 5㎢밖에 되지 않는 매우 작은 섬이다. 면적은 작은 대신 해안선이 가늘고 지형이 복잡해서 일주코스는 17㎞에 이른다. 게다가 수백m만 움직여도 풍경이 달라지고 미처 보지 못한 새로운 경치가 드러나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수시로 멈추게 된다. 이렇게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보면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 작은 섬을 보는데도 하루가 빠듯할 정도다. 이 치밀하게 아름다운 섬을 제대로 만나려면 아무래도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이제 자동차가 지척까지 접근하고 자전거로는 배를 타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으니 당일로 돌아보고 나오는 것도 부담이 없겠다.

찾아가는 길

새만금방조제 중간에 자리한 신시도에서 선유도 방면 도로가 분기한다. 평일에는 자동차로 고군산대교를 건너 무녀도 입구까지 갈 수 있지만 주차공간이 적어 돌아 나와야 한다. 자동차는 진입로 초입의 새만금명성휴게소에 주차하는 것이 편하다. 여기서부터 라이딩을 시작하면 무녀도 초입까지 4.5km이고, 선유도 일원을 돌아보고 나오면 총 26km 정도 된다. 새만금방조제 북단의 군산 비응항을 기점으로 잡아도 왕복 60km가 되지 않아 당일 코스로 적당하다.

용암대지 협곡을 달린다
철원 한여울길

중부전선 최북단에 자리한 철원은 군사지역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역사와 자연 자원도 풍부하다. 내륙의 화산지대로는 한반도를 통틀어서 거의 유일하다. 한여울길은 용암대지를 깊게 파고 흐르는 한탄강 옆을 따라가는 특별한 자전거 길이다. 길이는 11.2km 밖에 되지 않지만 주변의 철원평야와 도피안사, 백마고지, 노동당사 등을 함께 돌아보면 하루 코스로 적당하다

협곡을 이뤄 흐르는 한탄강 위로 주홍색 태봉대교가 걸려 있다. 한여울길은 내내 한탄강 서쪽 절벽을 따라간다

철원 하면 추운 곳, 최북단, 최전방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게다가 백마고지, 피의 능선, 철의 삼각지대 같은 6·25 격전지도 많아 무거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투명한 날, 철원에 가면 전쟁의 상흔은 저만치 역사로 물러나고, 웅장한 산세와 광활한 평야가 이국풍으로 맞아준다.

DMZ가 가로지르는 긴장감은 여전하지만 명성산(923m)과 금학산(947m)을 위시한 주변 산세는 웅장하면서 빼어나고, 국내 유일의 용암대지 평야가 기적처럼 산간지대에 질펀한 모습에는 눈과 가슴이 탁 트인다. 내륙 깊숙한 산간지대에 펼쳐진 철원평야는 신기할 정도다. 아쉽게도 휴전선은 철원평야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들판은 반쪽이 되었고, 용암대지의 원인이 된 분화구는 휴전선 북쪽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다. 용암대지는 평강고원이라고도 하는데 전체 면적이 600㎢로 서울과 맞먹는다.

한탄강 절벽을 따라 민통선 초입까지

이 용암대지를 갉아먹으면서 흐르는 강이 임진강의 지류인 한탄강이다. 본래는 물살이 거세다고 해서 한탄강(漢灘江)인데 DMZ를 관통하는 변경지대를 흘러 느낌은 ‘한탄(恨歎)’ 강이다. 그러나 협곡을 흐르는 신통한 물길을 보면 한탄보다는 감탄이 앞선다. 이 강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 겸 걷기 코스가 한여울길이다.

높이 3m, 폭 80m의 직탕폭포. 규모는 작지만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라는 별칭이 그럴듯하다

한여울길은 총 6개 코스가 있는데, 고석정 근처의 승일교에서 민통선 초입인 (구)양지리 검문소까지 1코스 11.2km가 자전거길로 특화되어 있다. 이 구간은 내내 한탄강을 옆에 끼고 가며, 특이하게도 들판을 흐르는 강물은 협곡 저 아래 푹 꺼져서 흐른다. 장구한 기간 용암대지를 침식하면서 하상(河床)이 낮아졌기 때문인데, 평지에서 깊이가 30~40m나 된다.

고석정은 철원의 제1경이면서 가장 유명한 한탄강 풍경의 하나다. 이 일대의 한탄강 경관이 가장 극적이고 아름답기도 하다. 고석정 입구는 관광단지로 조성되어 있으며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제2땅굴 등을 돌아보는 철원 안보관광의 기점이기도 하다. 한여울길 투어도 이곳을 출발점으로 잡는 것이 편하다.

직탕폭포 주변에는 한탄강 동쪽에도 멋진 산책로가 나 있다

고석정에서 한탄강을 따라 4km 가량 북상하면 철원의 또 다른 명물 직탕폭포다. 일명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라고도 하는데, 높이는 3m에 불과하지만 폭이 80m로 강폭을 모두 차지할 정도로 넓다. 나이아가라폭포와 마찬가지로 폭포수가 절벽을 계속 침식해서 폭포는 점점 후퇴하고 있단다.

평야 저편으로는 궁예(?~918)가 태봉국을 세울 때 진산으로 삼을까 고민했다던 금학산(947m)이 웅장하다.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난 화원 쉼터를 지나면 464번 지방도와 만나면서 자전거길이 끝난다. 도로 합류점 바로 옆에 예전의 민통선 경계였던 (구)양지리 검문소가 보인다. 새 검문소는 북쪽으로 2.5km 가량 더 올라가야 한다.

양지리 검문소에서 왔던 길을 되짚어 가도 되지만 더 다양한 철원을 경험하고 싶다면 464번 도로에서 좌회전, 도피안사와 노동당사, 백마고지 등을 돌아보고 고석정으로 돌아가도 좋다. 이렇게 돌아도 총거리는 40km 남짓이다.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의정부~포천을 지나 철원까지 이어지는 43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서울에서 약 2시간 소요). 내년 6월 구리포천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1시간이면 닿게 된다. 고석정은 철원군청이 있는 갈말읍내에서 8km 거리이며 고석정과 한탄강 주변에 펜션과 식당이 다수 있다. 민통선 내 철원 안보관광은 고석정 입구에 있는 철원군 시설물관리사업소에서 주관하며, 화요일을 제외하고 이용할 수 있다. 평일은 자가용으로 출입할 수 있지만 토·일요일은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고석정 : 강원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 1825. 033-450-5558~9

최신식 도심코스, 국내최대 호수공원
인천 청라 호수공원

어느새 엄청난 규모의 신도시가 또 하나 들어섰다. 바로 청라국제도시다. 인천국제공항 가는 길목에 자리한 청라국제도시는 그 면적이 17.8㎢(약 538만평)에 달한다. 도시 내부에는 국내최대 규모의 호수공원과 수변공원이 동서남북으로 조성되어 있고, 주변에는 20km에 달하는 자전거도로가 나 있다. 경인아라뱃길에서도 접근할 수 있어 수도권의 새로운 자전거여행지로 매력적이다

59층 초고층아파트(청라 푸르지오) 옆으로 호수공원을 일주하는 자전거도로. 한바퀴 4.5km이다

인천의 대변신 속도가 놀랍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계기로 서울 옆의 인천, 수도권의 일부 도시 인천이 아니라 ‘세계 속의 인천’으로 자존과 독립의 기치를 높이 세운 이래 인천은 일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인구는 300만을 돌파해 대구를 추월, 국내 3대 도시가 되었고 곳곳에는 거대한 신도시가 들어서는 중이다.

청라국제도시는 송도국제도시와 함께 인천을 대표하는 신도시, 국제도시다.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으로도 지정된 청라국제도시는 2003년부터 조성에 들어가 2020년 완공 예정인데, 지금도 8만명 이상이 입주해 있다. 총면적이 17.8㎢(약 538만평)로 여의도의 6배가 넘는다. 이 청라국제도시 한가운데에 놀라운 공원과 자전거길이 들어섰다. 바로 청라호수공원이다.

일산호수공원을 능가하는 규모와 분위기

그동안 국내 최고·최대의 호수공원은 일산호수공원이었다. 최근에 개장한 세종호수공원도 여기에 필적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최고의 호수공원은 청라호수공원이다. 호수 자체의 면적은 일산과 세종보다 약간 작지만 호수와 이어진 주변 물길도 공원화해서 실제 공원 규모는 국내최대급이다.

청라루와 고층빌딩이 호수를 사이에 두고 묘한 대비를 이룬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자전거도로만 4.5km이고, 주변 물길의 자전거길까지 더하면 12km나 된다. 호수공원 남북을 흐르는 공촌천과 심곡천의 자전거길을 포함하면 청라호수공원 일원의 자전거길은 20km가 넘는다.

가장 최근에 개발되었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것도 청라호수공원의 특징이다. 호수 안쪽에 거대한 두 개의 인공섬이 있어 한층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호반에 우뚝 선 초고층 아파트는 현대적인 세련미를 더해준다. 호수 중간의 섬에는 높이 453m의 청라시티타워가 들어설 예정이다.

호수공원과 연결된 작은 수변공원은 특히 매력적이다. 개울 주변에 쉼터와 식당, 자전거길이 한데 어우러져 서울 청계천보다 한층 친근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호수공원 동쪽으로 2km 이상 이어진 수변공원은 자전거도로와 쉼터, 식당과 카페가 어우러져 매우 푸근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청라호수공원의 미덕은 또 있다. 한강 자전거길과 이어져 있는 경인아라뱃길에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점이다. 아라뱃길 서쪽 끝인 정서진(인천터미널)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로봇랜드로를 따라 남하하다가 ‘에코로’로 좌회전, 베어즈베스트청라 골프장을 관통하면 바로 청라호수공원이다. 청라국제도시 일대는 모든 도로의 보도에 자전거도로가 별도로 조성되어 있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수도권의 서쪽 끝, 청라국제도시에서 바다와 운하, 호수가 한데 모여 매혹의 물의 도시를 완성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자전거로는 경인아라뱃길을 따라 정서진에서 진입하면 된다. 전철을 이용할 경우, 인천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에서 내려 베어즈베스트청라 골프장을 통과하면 된다. 가장 높은 초고층아파트(청라 푸르지오)를 방향타로 삼으면 길 찾기가 쉽다. 자동차로 갈 경우, 인천공항고속도로 청라IC에서 빠지면 가깝다. 호수공원 주변에 무료주차장이 여러 곳 있다(내비게이션은 ‘인천경명초등학교’로 찾으면 편하다).

글·사진 김병훈(자전거생활 발행인)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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