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남서부 명소 일주
일본 최북단에 자리한 홋카이도는 남한의 80%에 달하는 거대한 면적에 겨우 550만의 인구가 거주해 대단히 한적하고 광활하며 자연 그대로가 잘 보존되어 있다. 너무나 넓어서 며칠 정도로는 일부 지역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먼저 소개할 곳은 홋카이도의 중심도시 삿포로 주변에 있는 도야호와 요테이산, 오타루시, 시코츠호 일대다
일본 열도의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北海道)는 유난히 긴 겨울로 눈 축제부터 떠오른다. 홋카이도에서도 비교적 따뜻한 편인 남중부의 요테이산(羊蹄山, 1898m)도 7월에도 잔설이 녹지 않는 서늘한 기후여서 겨울 못지않게 여름과 가을에도 홋카이도는 인기 여행지다.
무더웠던 지난 7월, 홋카이도를 다녀왔다. 홋카이도는 처음인지라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홋카이도의 중심도시인 삿포로(札幌)를 가기 위해서는 신치토세 국제공항으로 들어가서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 4일간 묵을 숙소는 삿포로시 미나미구에 위치한 조잔케이온천(定山溪溫泉)의 조잔케이뷰 호텔이다. 홋카이도는 지역이 너무 광대해서 렌트카를 빌려 라이딩을 보조해야 했다.
이번에 소개할 코스는 삿포로에 인접한 도야호(洞爺湖)와 요테이산, 그리고 오타루(小樽) 시, 시코쓰호(支.湖)다.
천혜의 온천단지, 조잔케이
며칠을 묵은 조잔케이온천은 삿포로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27㎞ 떨어져 있으며, 울창한 원시림에 둘러싸인 계곡에 자리해 자연미가 물씬 풍긴다. 토요히라강(豊平川)이 흐르는 해발 290m의 계곡 가에 형성된 온천마을은 분위기가 몹시 아늑하고 고요하다.
149년 전 떠돌이 수도승이 발견하여 초막을 짓고 개장한 것이 그 기원이라 한다. 조잔케이온천의 역사는 1866년 미즈미조잔(美泉定山)이라는 승려가 아이누족 사람의 안내를 받아 원천을 만나게 되며,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온천에 주춧돌을 쌓아 올린 것이 시초가 되어, 후에 그의 공적을 높이 사 ‘조잔케이’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온천마을 토요히라 강변 다리 난간에는 ‘갓빠(かっぱ)’라는 조잔케이의 마스코트를 쉽게 볼 수 있다. ‘갓빠’란 물가에 사는 상상속의 동물로 키는 4~5세 정도의 아이와 비슷하고 입이 부리처럼 돌출해 있으며, 등에는 거북이처럼 등딱지가 붙어 있고 힘이 세며, 다른 동물을 수중으로 끌어들여 피를 빨아 먹는다고 전해진다는 요괴의 일종이다.
온천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전설속의 ‘갓빠’ 이미지는 삿포로 시민으로부터 모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으로 여유롭게 온천마을을 거닐면 다양한 포즈의 갓빠를 만날 수 있다.
홋카이도 3대 경관, 도야호 코스
조잔케이온천에서 도야호로 가는 코스는 국도 230번 도로를 따라 달리면 만날 수 있다. 온천에서 출발하여 나카야마 고개(中山峠. 해발 845m)까지의 19㎞ 구간은 계속된 오르막길로 조잔케이온천과의 표고차는 550m이다. 고개 정상에는 휴게소 ‘모치히츠지칸(望羊館)’이 있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되는데, 이곳에서는 요테이산이 잘 조망된다. 7월임에도 요테이산 정상은 잔설이 남아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나카야마 고개에서 시리베츠산(尻別山, 1107m)이 있는 기모베쓰초(喜茂別町)까지의 약 21㎞ 구간은 페달링 없이 수월하게 갈 수 있는 내리막이다. 질주하면서 다양한 장관을 보여주는 요테이산과 시리베츠산의 아름다운 풍광은 잊을 수 없다.
기모베쓰에서 도야호 입구까지의 약 15㎞ 구간은 대체로 평지다. 입구에서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면 도야호가 시원스레 전망된다. 북해도 3대 경관의 하나로 알려진 도야호는 거대한 호수다. 시코쓰·토야 국립공원에 속해 있고, 2008년 G8 정상회담이 개최된 곳이기도 하다. 원형에 가까운 도야호는 중앙에 나카지마라는 섬이 떠 있으며, 지름 약 11㎞, 둘레길은 36㎞, 최대수심 180m, 평균수심 117m, 수면표고 80m의 칼데라호로 굿샤로호, 시코쓰호에 이어 일본에서 3번째로 큰 칼데라 호수다.
참고로 ‘칼데라(Caldera)’는 솥이나 냄비라는 뜻을 가진 말로 강렬한 화산 분출이 일어나 꼭대기가 폭발되어 없어지거나 꺼져서 생긴 분화구 지형을 말한다. 칼데라에 물이 괸 것을 칼데라호라 하며, 백두산 천지도 대표적인 칼데라호이다. 백두산 천지는 수면 고도가 2237m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칼데라호로 알려져 있다.
이곳 도야호에는 아름다운 여신이 살고 있어 호수에 빠진 한 남자가 다시는 육지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 어느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에게 넋이 빠지지 않을까마는, 그만큼 도야호가 아름답다는 표현일 것이다. 여신이 살고 있다는 호수의 풍경을 감상하며 도야호의 호반길을 달려 본다.
북서쪽의 도야코초 마을에서 출발해 맑고 깨끗한 호반길을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달리면 곧 조각공원이 나온다. 호반에 펼쳐진 삶을 테마로 한 58개의 작품들은 호수의 청명한 싱그러움과 어우러져 감동의 공간을 만들었다. 조금 더 가면 우키미도공원(浮見堂公園)으로 호수쪽으로 삐쭉 돌출된 곳에 2층의 빨간 정자가 눈에 띈다. 일본이 불교국가로 자리잡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 ‘쇼토쿠태자’의 상을 모신 2층 건물이다. 근처 돌공원에는 캠프장과 해수욕장이 있고 하얀 백사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캠핑과 물놀이를 하며 한낮의 더위를 식히는 모습이 신선놀음으로 느껴진다. 도야호의 남쪽으로 가는 호반길은 차량 통행이 거의 없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조깅하는 사람들만 간간이 호수의 낭만을 만끽하고 있을 뿐이다.
울창한 숲 터널과 탁 트인 호수의 풍경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그윽한 기운이 감도는 잔잔한 호수는 바닥까지 투명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심에서는 금방이라도 도야호의 여신이 끌어당길 것 같은 묘한 신비감이 느껴진다.
도야호의 남쪽에는 온천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1910년 활화산의 분화활동으로 온천이 용출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삿포로에서 가까운데다 ‘북해도 3대 경관’ 도야호를 함께 둘러볼 수 있어 매년 많은 관광객이 도야호 온천마을을 찾는다.
도야호 온천마을에서 2번 도로를 따라 약 4㎞ 가면 우측으로 쇼와신산(昭和新山)이 나온다. 쇼와신산은 도야호 코스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다. 쇼와신산은 종상화산(무덤형)으로 지금도 정상에서 수증기가 피어 오르는 활화산이다. 해발 약 350m로 높이는 낮지만 정상부는 나무가 하나도 없는 급경사의 바위산으로 올라갈 수는 없다. 1943년 분화 기록이 있고 그 이후에는 분화를 멎고 증기만 내뿜고 있다. 일본의 특별 명승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쇼와신산을 제대로 보려면 주차장에 있는 쇼와신산역에서 반대편의 우스산정역으로 올라가는 로프웨이를 타야 한다.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로프웨이는 왕복 운임이 1,500엔으로 조금 비싼 편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어 꼭 타보는 것이 좋다. 로프웨이를 타고 서서히 올라가면서 바라 보는 쇼와신산은 고도에 따라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다양한 모습을 연출한다. 우스산 정상부에 다다르면 도야호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우스산정역에서 내려 왼쪽으로 가면 우스화구원전망대로 가는 산책로가 350m 가량 개설되어 있다. 우스산은 최근인 1977년 분화로 탄생한 최대급의 분화구로 아직도 화산 활동을 볼 수 있다. 뒤편으로는 태평양과 연결되는 우치우라만의 푸른 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진 모습이 장관이다.
우스산정역 바로 옆에 있는 도야호전망대에서는 속살을 반쯤 드러낸 아름다운 도야호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붉은 머리의 쇼와신산을 눈 밑으로 내려다 볼 수 있다.
쇼와신산을 내려와 도야호의 마지막 남은 호반길을 달려 호수 일주를 마치고 렌트카로 조잔케이온천으로 돌아왔다.
구름을 머금은 작은 후지산, 요테이산 둘레길
이튿날은 요테이산(羊蹄山, 1898m)으로 향했다. 요테이산은 시리베츠 지역의 아부타군에 있는 산으로 도야호 북쪽에 있는 성층화산(원뿔형)이다. 원뿔형으로 치솟은 모습이 마치 후지산을 쏙 빼닮아 홋카이도의 작은 후지산으로 불린다. ‘일본 명산 100선’에도 선정되었으며 2003년에는 기상청에 의해 잠재적인 활화산으로 지정되었고 시코쓰·토야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산 정상에는 직경 700m, 깊이 200m의 분화구가 있다.
요테이산 둘레길은 약 46㎞로 산 정상을 기점으로 굿찬초, 기모베츠초, 교고쿠초, 맛카리무라, 니세코초를 거쳐간다. 길은 업다운이 심하지 않으며, 다섯 지역을 달리면서 변화무쌍한 요테이산의 경이로운 풍광을 볼 수 있다.
7월의 화창한 여름 날씨지만 홋카이도의 지역적 특성상 아침은 쌀쌀함이 느껴질 정도로 영상 14도에 그쳤고, 한낮에도 영상 20도 정도로 시원했다. 구름을 품은 요테이산 정상은 아직도 잔설이 많이 남아 있어 신비로움을 더해 주고 있었다.
요테이산 주위는 수만년에 걸쳐 붕괴나 침식으로 흘러내린 토석류가 산기슭에 퇴적되어 하단부에는 넓고 비옥한 들판을 만들었다. 사방을 둘러보면 온통 감자밭이고 밀과 옥수수도 많이 자란다. 맑고 푸른 창공을 찌를 듯한 요테이산의 웅장함 아래로 시원스레 불어오는 바람은 울창한 삼나무 가로수길을 휘감으며 초록 들녘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풍성한 채소밭을 한결 넉넉하게 해준다. 요테이산 둘레길은 눈과 마음과 감촉 그리고 코까지 즐거운 여정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오타루 운하마을
조잔케이온천에서 북쪽으로 가는 1번 도로를 따라 약 45㎞ 가면 오타루시(小樽市) 운하마을이다. 오타루는 메이지(1868~1912) 시대의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뛰어난 자연환경과 함께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오타루 운하와 오타루 오르골당 등이 주요 관광지로 꼽히는데, 메이지시대 말기에 세워진 유럽풍 건축물이 이국적인 정취를 발한다.
조찬케이온천에서 출발해 삿포로와 오타루의 경계인 아사리고개(朝里峠)까지 22.5㎞ 구간은 계속된 업힐이다. 아사리고개로 가는 길에는 삿포로호와 삿포로 고쿠사이스키장을 거치게 되는데, 도로변으로 울창한 자작나무 숲이 매우 인상적으로 가을 단풍이 절정일 때 오면 제격일 것이다.
아사리고개(해발 690m)의 터널을 넘으면 오타루 운하마을까지 약 22㎞는 대부분 내리막과 평지길이다. 오타루 운하는 오타루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과거에는 운하로 이용되었으나, 지금은 당시 사용했던 창고, 은행 등을 통해서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는 점은 매한가지다. 다만 거리에는 짐을 싣고 내리는 노동자들의 분주함 대신 운하체험과 인력거 체험을 하려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여유로움이 넘쳐난다.
오타루 오르골당(オルゴ-ル堂)은 오타루의 명물 오르골(Orgel)을 전시, 판매하는 상점 중 가장 큰 규모로 세계 각국의 모든 오르골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판매하는데 무려 1만여 점에 달한다고 한다. 내부에 들어서면 1~2층에 걸쳐 각종 오르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람, 동물, 음식 등 각양각색의 오르골을 구경하노라면 2~3시간은 훌쩍 간다. 오르골은 조그만 상자 속에서 쇠막대기 바늘이 회전하며 음계판에 닿아 자동으로 음악이 연주되는 악기다.
건물 앞 광장에는 세계에서 단 2대뿐인 증기시계가 우뚝 서 있다. 높이 5.5m, 폭 1m로 캐나다 밴쿠버의 관광명소 게스타운에 있는 것과 쌍둥이다. 1시간마다 시각을 알리고 15분마다 증기로 5음계의 멜로디를 연주한다..인근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개성만점의 상점들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코발트블루 빛으로 아름다운 시코쓰호
조잔케이온천에서 삿포로 방향의 239번 도로와 453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계속 가면 시코쓰호로 가는 길이다. 시코쓰호 입구까지는 약 46㎞로 오르막 구간만 25㎞ 가량 된다.
시코쓰호(支笏湖)는 홋카이도 치토세시(千.市)에 있는 칼데라 호수로 얼음이 얼지 않는 일본 최북단의 부동호로 알려져 있으며, 시코쓰·토야 국립공원에 속해있다. 호수의 명칭은 아이누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크게 움푹 패어 웅덩이가 된 땅’을 의미한다.
시코쓰호 수면은 해발 252m이고 평균 수심은 265m, 최대 수심은 363m에 달한다. 호수의 둘레는 약 41㎞로 일본에서 칼데라호로는 굿샤로호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북쪽에는 에니와다케, 남쪽에 훗푸시다케와 다루마에야마 산이 시코쓰호를 감싸고 있어 백두산 천지를 빼닮았다.
북쪽의 에니와다케(.庭岳, 1320m)가 호수와 만나는 하단부 약 5㎞ 구간은 도로가 개설되어 있지 않다. 에니와산은 정상에 큰 바위탑이 서 있는 것이 특징인 활화산으로 정상에서부터 붕괴가 진행되고 있어 폭우 시 산사태가 많이 나는 곳이다. 현재 호수 방향으로 3곳에 산사태의 흔적이 있고 아마도 이로 인해 도로가 개설되지 않은 것 같다.
시원스레 펼쳐진 시코쓰호는 바다처럼 코발트블루 빛을 띠고 있다. 고즈넉한 호반길은 차량이 많지 않아 한적해서 좋다. 453번 호반길에서 앞·뒤로 바라보이는 에니와다케와 다루마에야마(樽前山, 1041m)에서 흰 연기를 내 뿜는 풍광은 시코쓰호의 코발트블루 빛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일본에서도 더 한층 계절별 특색이 두드러지는 홋카이도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사계절 마다 표정이 바뀌는 웅대한 자연이다. 어느 계절, 어느 지역을 방문해도 홋카이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어디를 바라보아도 그림으로 착각할 만큼 홋카이도의 자연은 지역, 계절 할 것 없이 실로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홋카이도의 매력은 남한의 80%에 달하는 넓은 면적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도 경관이 아름답다는 점이다. 하나하나가 자연의 손에 의한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엄청난 대자연을 자전거로 달려보면 더욱 친밀하고 실감나게 그 아름다움과 스케일을 만끽할 것이다.
관련정보
● 항공편 : 대한항공 매일 2회 운항, 진에어 매일 1회 운항
● 홋카이도 관련 사이트http://hokkaido.japanpr.com/
http://kr.visit-hokkaido.jp/
www.welcome.city.sapporo.jp/?lang=ko
http://otaru.gr.jp/welcome_kor/
글·사진 이윤기(자전거생활 여행사업부 이사)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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