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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전거]② "전기자전거는 자전거전용도로 못 다녀" 황당규제

설성인 기자 | 2015.08.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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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전거를 타려면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하고,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못 들어갑니다. 자전거 전용도로에 진입했다가 사고가 나면 100% 전기차 사용자의 과실입니다.”(전기자전거대리점 판매직원)
“자전거 전용도로에 못 들어가면 어디서 전기자전거를 타나요? 자전거인데 왜 원동기 면허까지 취득해야 하나요.”(전기자전거 소비자)

전기자전거는 도로교통법 제80조에 따라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원동기장치자전거란 오토바이를 의미하는데, 전기자전거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원동기면허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원동기면허를 딸 수 없는 청소년들은 전기자전거를 탈 수 없다.

전기자전거는 국내법상 원동기로 취급돼 자전거전용도로를 다니면 불법이다. 자전거족들이 한강시민공원의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리고 있다./조선일보DB


전기자전거가 원동기(오토바이)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전거만 다니는 전용도로에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남식 삼천리자전거 연구소장은 “현재는 전기자전거를 탈 곳이 차도(車道) 밖에 없다”며 “(전기자전거의 소비자인) 교통약자들이 오히려 더 위험한데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전기자전거가 합법적으로 자전거전용도로 등에서 통행할 수 있는 법규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가질 수 있게 정부와 기업들이 전기자전거 알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아직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기자전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전기자전거는 단순 스포츠 목적이 아닌 교통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의 열악한 자전거 교통 인프라와 불법개조 등의 문제가 발생, 전기자전거가 확산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한다. 허만영 행정자치부 주민생활환경과장은 “국내 자전거 도로(1만8000㎞) 중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 도로가 78%에 달하고, 겸용 도로 중 절반 이상이 유효폭이 2m 미만”이라고 했다. 따라서 전기자전거가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릴 경우 일반 자전거보다 속도가 빨라 다른 자전거 사용자나 보행자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기자전거를 타기 위해) 원동기면허를 요구하지 않고 있고,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헬맷 강제 착용은 사고위험 때문에 필요하나, 전기자전거가 세계적 트렌드인데 우리만 안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