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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탐사투어] 동해안 자전거길 2차 답사 '양양~고성 106㎞'

바이크조선 | 2015.07.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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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망대에서 막힌 길, 금강산은 언제나 가보나

이번에는 양양, 속초, 고성 등 강원도 최북단 구간이다. 양양은 설악산과 장대한 해변을 안고 있는 절경의 연속이다. 속초시 구간은 10㎞에 불과하지만 아바이마을, 청초호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마지막 고성 구간은 아름다운 정자와 송지호 같은 비경을 품고 있지만 기어이 통일전망대에서 길이 끊기고 만다.

자전거만이 외로운 하트자리. 연인과 함께 한다면 완벽한 순간이 될텐데…. 고성 봉포해변

 동해안 자전거길 강원도 구간이 드디어 개통됐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았다. 개통식 3일 전부터 방문해 개통식날까지 라이딩 했던 나 자신마저도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전반적으로 자전거길은 시원스레 잘 되어 있지만, 지역별로 군데군데 혼란스러운 구간이 간혹 있어 길을 헤맬 때도 있었고, 블루라인과 방향 표지판이 아직 미비한 곳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조만간 개선되리라 믿는다.

양양 구간

가슴을 시원하게 만드는 파도소리와 송림 해안길
● 구간 : 지경공원~쌍천교 ● 거리 : 37㎞ ● 인증센터 : 지경공원, 동호해변

동산포해변의 송림길. 그윽한 분위기의 송림과 전방의 긴장감이 감도는 철책선이 묘한 부조화를 이룬다.

강릉시 주문진 향호해변을 지나서 지경공원에 이르면 인증센터가 설치되어 있고 곧바로 양양군에 들어서게 된다. 지경공원에서 시작되는 지경해변은 양양군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해변으로 원포해변을 지나 남애리까지 3㎞ 가량 길게 이어져 있다. 인근에 동해안의 오징어 집산지인 주문진항과 남애항이 있어 신선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바닷가 절벽 위에 자리한 휴휴암

동해안 최고의 미항으로 손꼽히는 남애항에 들어서면 그 아름다움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항구 한편에는 두 개의 크고 작은 소나무 섬이 하나씩 있고, 양 방파제 끝에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마주보고 있는 모습은 마치 우애 좋은 형제를 보는 듯하다.

남애항은 386세대에게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영화 <고래사냥>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을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남애항은 빨간 지붕과 등대가 동그란 타원을 그리며 정박해있는 배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전체적으로 아담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38선휴게소 근처의 산길 구간

남애해변을 지나 고갯길을 넘으면 ‘쉬고 또 쉰다’는 뜻을 가진 ‘휴휴암(休休庵)’이라는 작은 암자가 바닷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의 해동용궁사와 입지가 비슷하지만, 해동용궁사보다는 그 규모나 풍광이 조금 미약한 감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바다와 기암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에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양양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구해변과 죽도해변 사이의 죽도는 예전에는 섬이었으나 지금은 육지와 연결된 작은 솔섬이다. 정상에는 죽도정이 있고 해안 쪽으로 죽도암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어 바다 풍경을 보기 좋고 일출 또한 아름답다.

장쾌한 동호해변 입구

동산포해변의 송림을 지나 북분삼거리 아래의 굴다리를 건너서부터는 38선휴게소까지 약 2.5㎞ 구간은 잠시 산길을 달려야 한다. 마을 오솔길과 텃밭을 지나면 나오는 울창한 숲속 임도는 잠시나마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힐링길이다.

하조대해변에 들어서면 넓고 길게 늘어 선 백사장이 압권이다. 유난히 바다 빛깔이 파란 해변은 동호해변까지 6㎞ 가량 이어져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하다. 인근에 양양8경의 하나인 ‘하조대’는 필수 코스로 꼭 찾아보는 것이 좋다.

1 동호해변 무인인증센터 2 동호해변에서 낙산사까지는 7번 국도와 함께 달리는 잘 정비된 구간이다.

하조대는 해안에 우뚝 솟은 기암절벽과 노송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탁 트인 검푸른 바다가 한 눈에 조망되는 절벽 위에 하조대라는 현판이 걸린 작은 육각정이 있다. 조선시대의 공신 하륜과 조준이 은거했던 곳으로 두 사람의 성을 따서 ‘하조대’라고 불린다.

양양국제공항 방향으로 진입하면 동호해변이다. 동호해변 입구에서 낙산까지는 4차선 도로로 자전거길이 가장 시원하게 정비되어 있는 구간이다. 동호해변에서 완만한 오르막을 400여m 가면 동호해변과 하조대해변이 멋지게 조망되는 ‘동호인증센터’가 나온다.

1 물치항이 멀리 보이는 정암해변의 나무 데크 구간 2 하조대해변은 백사장이 장장 6㎞에 달한다.

정암해변에서 물치항으로 가는 해안길은 나무 데크로 되어 있고 정암쉼터에서 바라보는 물치항이 정겹다. 물치항은 양양군의 북쪽 끝에 위치하며 쌍천을 중심으로 속초시와 경계를 이룬다.

속초 구간

산과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진, 감성의 도시
● 구간 : 쌍천교~영동극동방송 고개 ● 거리 : 10㎞ ● 인증센터 : 영금정

쇠줄을 당겨 움직이는 청초호의 갯배. 배경의 다리는 설악대교

속초시는 강원도 동해안 자전거길에서 가장 짧은 구간으로 10㎞ 남짓이지만 볼거리는 풍부하다. 설악산에서 발원한 쌍천이 양양군과 경계를 이루면서 바다를 만나는 하류의 쌍천교가 남쪽 기점이다.

쌍천교를 건너면 바로 설악해맞이공원으로 설악산의 입구다. 설악해맞이공원은 대포항과 양양, 설악산으로 길이 갈리는 교통의 요지로 일출의 장관을 볼 수 있다. 공원 내에는 해맞이광장, 연인의 길, 행복의 길, 사랑의 길 등 다양한 테마를 가진 조각상과 함께 설악산 관문을 알리는 상징조형물과 조명분수대 등이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속초등대전망대에서 바라본 영금정 일대. 아득히 뻗어난 동명항 방파제와 팔각정에 부딪히는 포말이 인상적이다.

대포항에 접어들면 비릿하면서도 상큼한 바다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자연산 활어를 맛볼 수 있는 횟집 단지가 산재해 있어 어디든지 바닷가 방향으로 가면 만날 수 있다.

대포항과 외옹치해변, 청호동 아바이마을에서 영금정으로 이어지는 아바이마을 갯배길은 추억과 낭만이 공존하는 길이다. 드라마 ‘가을동화’로 유명세를 과시하던 아바이마을은 이후 ‘1박2일’ 프로그램의 촬영지로 소개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아바이마을 골목길은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고, 청초호를 날아다니는 갈매기와 소박한 포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3~4명이 서로 연결된 쇠줄을 잡아 당겨 움직이는 맛이 쏠쏠한 갯배체험은 또 다른 재미와 매력을 선사한다.

청호동과 동명동을 잇는 청초호 위의 설악대교와 금강대교는 대형 아치교로 속초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았다. 다채로운 빛깔의 야간조명이 밝혀지면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탄생한 밤의 설악대교는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과 어우러져 시선을 사로잡는 명소가 되었다.

속초시로 접어들면 설악해맞이공원이 처음 반긴다.

속초항의 번화가를 돌아 나가면 바로 동명항이다. 동명항 활어센터 뒤편 영금정에 인증센터가 있다. 영금정은 바닷가에 흩어져 있는 암반지대를 말하며, 정상 팔각정에 오르면 아기자기한 해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영금정 바위 아래에 세워진 해상 정자는 60m 정도의 다리를 건너 들어갈 수 있다. 방파제와는 또 다른 시원한 바다를 느낄 수 있으며, 일출의 명소이기도 하다.

동명항 경관 조성으로 세워진 영금정 전망대는 주변의 영금정 해돋이정자, 속초등대전망대와 함께 속초 앞바다를 볼 수 있도록 만든 정자형 전망대로 관광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장사항 인근의 해양경찰충혼탑을 지나면 고갯길 정상이 속초시와 고성군의 경계를 이루며 약 10㎞의 속초시 구간이 끝난다.

고성 구간

파도의 노래가 넘실대는 최북단 지역
● 구간 : 영동극동방송 고개~통일전망대 ● 거리 : 59㎞ ● 인증센터 : 봉포해변, 북천철교, 통일전망대출입신고소

반암해변 근처 철책선과 바짝 붙어 가는 길. 살짝 계단 구간이 있고 멀리 거진항이 보인다.

토성면 용촌리 고갯길에서 통일전망대까지의 고성 구간은 59㎞이다. 최북단 통일전망대는 사전에 허가를 받은 단체만 진입할 수 있으며, 개별 자전거 여행객은 통일전망대출입신고소까지만 갈 수 있다.

출입 신청절차는 최소 15일 전에 출입자 인적사항(성명, 주소, 생년월일, 연락처)의 명부 및 공문 형태로 통일전망대로 보내면 군부대와 협의해서 결과를 알려준다.

토성면 용촌리 용천교를 건너 둑길을 달리면 청간정콘도가 있는 봉포해변으로, 나무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청간정콘도 앞에 봉포해변 인증센터가 있으며, 해변 앞으로 나무 테크로 조성한 광장에 하트 모양의 빨간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화진포사랑 노래비

천진해변을 지나 해안 철책선을 따라 나무 데크 길로 진입하면 청간정 가는 길이다. 코스는 청간교를 건너 청간정휴게소 주차장을 지나 청간정을 통과한 후, 나무 계단을 내려와 해변을 우회해야 한다. 청간정휴게소에는 정확한 자전거길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난감했다.

청간정은 설악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청간천과 만경창파가 넘실거리는 기암절벽 위에 팔작지붕의 중층누정으로 아담하게 세워져 있다. 청간정으로 오르는 오솔길은 멋들어지게 늘어선 노송 군락이 참으로 멋진 풍치를 자아내며, 탁 트인 동해를 굽어보는 정취가 그윽하다.

청간정에서 바라보이는 동해는 부서지는 파도가 마치 뭉게구름이 일다가 안개처럼 사라져가듯 활홀경을 자아내며, 아름다운 주위 풍광으로 옛부터 시인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봉포해변 인증센터

아야진 해변길을 지나 교암리에 이르면 마을 앞에 소나무가 우거진 조그만 산이 있는데 바로 이곳에 천학정이 있다. 동해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천혜의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 위에 정자가 서 있어 경치가 아름답다. 남쪽으로 청간정과 백도를 마주 바라보고 북으로는 문암항 뒤의 바위 절벽인 능파대가 가까이 있어 한층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모든 근심 걱정이 일시에 사라지고 드넓은 동해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편안한 쉼터가 된다.

능파대는 죽왕면 문암항을 둘러싸고 있는 해변의 기암괴석이다. 원래는 돌섬이었으나 문암천 하구에 쌓인 모래로 육지와 연결되었다. 능파(凌波)는 ‘급류의 물결’ 또는 ‘파도 위를 걷는다’는 뜻으로 미인의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뜻하기도 하는데, 강원감사로 있던 이모 씨가 도내 순시 중 파도가 해안가의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능파대(凌波臺)라 이름지었다고 하며, 바위에 친필로 그 이름을 새긴 흔적이 남아 있다.

기암절벽 위에 날듯이 자리한 청간정

송지호해변을 지나 강원심층수 구내의 자전거길로 들어서면 송지호로 가는 길이다. 이름처럼 송림이 울창한 송지호는 둘레가 약 4㎞, 수심이 5m에 달하는 자연호수와 죽도가 어우려져 경관이 수려해 고성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힌다. 7번 국도와 나란한 자전거길은 약 1.2㎞로 비포장 산책로여서 사이클로 달리기엔 다소 부담스럽지만, 천천히 걷는 것도 좋다.

송지호 옆 7번 국도변에는 철새관망타워가 있는데, 송지호는 한반도 해안선을 이정표 삼아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는 겨울 철새가 머물다 가는 철새도래지다. 짠물이 섞여 겨울에도 잘 얼지 않고, 철새 먹이도 많아 이보다 좋은 쉼터도 없을 것이다. 겨울이면 청둥오리와 기러기 떼, 천연기념물인 고니가 날아든다.

천학정은 해안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서 동해를 바라본다.

공현진항과 가진항을 지나면 간성읍 농로 구간이 나온다.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농로는 모내기에서부터 초록과 황금빛 들녘의 벼농사 풍경을 볼 수 있어 더더욱 좋다. 다만 코스 중에 소를 키우는 우사가 있어 역겨운 냄새는 피할 수 없다.

봉호리의 북천철교를 건너 둑길을 따라 350m 가면 전망대와 함께 북천철교 인증센터가 있다. 북천철교는 일제가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놓았던 동해북부선 철교인데, 6·25 당시 북한군이 이 철교를 이용해 군수물자를 운반하자 아군이 함포사격으로 폭파한 현장이기도 하다. 그 후 철각을 리모델링하고, 상판을 설치해 재탄생하게 되었다.

나무 데크로 말끔하게 단장된 송지호 호반길

고성군에는 강 하구와 바다가 닿는 곳에 생긴 석호가 두 곳 있다. 송지호와 동해안 최대의 화진포호가 그렇다.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한 데서 이름이 유래한 화진포는 둘레 16㎞의 동해안 최대의 자연호수다. 넓은 갈대밭 위에 수천 마리의 철새와 고니가 날아들고 울창한 송림으로 둘러싸여 주변경관이 빼어나 예부터 주변에 유명한 별장이 많았던 곳으로 지금도 이승만 별장과 이기붕 별장, 김일성 별장이 안보전시관으로 남아있다.

통일전망대에 들어가려면 먼저 ‘통일전망대출입신고소’라는 간판이 붙은 통일안보공원에 들러야 한다. 이곳에 인증센터가 있지만, 통일전망대까지 가고 싶다면 미리 15일 전에 신청을 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개인은 카풀이나 택시를 이용해야 입장할 수 있다.

1 죽암면 문암항을 둘러싸고 있는 기암괴석인 능파대 2 6·25의 전장이었던 북천철교 인증센터

통일전망대는 동해안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의 해발 70m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전망대에서는 금강산이 가깝게는 16㎞, 멀리는 25㎞ 정도의 거리로 조망된다. 금강산의 구선봉과 해금강이 지척에 보이고, 맑은 날에는 신선대, 옥녀봉, 채하봉, 일출봉, 집선봉 등 천하절경의 금강산을 볼 수 있다.

개통식에 맞춰 달려본 강원도 구간 동해안자전거길은 불확실하고 혼란스런 블루라인과 부족한 방향표지판, 그리고 공사가 안 된 비포장 구간 등 미비한 점이 많아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개통식 이후에도 꾸준히 공사와 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지금쯤은 한결 나아졌을 것으로 기대한다.

길이 막혀 더 이상 북진할 수 없는 통일전망대에서

찾아가는 길

● 통일전망대 방면은 대진시외버스터미널 이용. 서울 동서울과 상봉터미널에서 하루 각 7회 운행
● 지경공원은 주문진버스종합터미널 이용. 동서울 하루 14회, 서울 남부터미널 하루 8회 운행
● 통일전망대 출입 : 통일전망대 민통선 구간을 자전거로 출입하려면 10인 이상 단체로 15일 전에 사전신청을 해야 한다. 출입일시, 성명, 생년월일, 연락처 등을 적은 출입자명부를 작성해서 팩스 033-682-0899로 발송하면 유선으로 통보해준다. 사전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안보공원에 자전거를 두고 카풀이나 택시를 호출해서 출입할 수 있다.

참고 사이트

자전거 행복나눔 : www.bike.go.kr/nation/75_1?tpl_sn=2
양양군 : http://tour.yangyang.go.kr/site/tourism/index.jsp
속초시 : www.sokchotour.com/
고성군 : http://tour.goseong.org/site/tour/page/index.jsp
통일전망대 : www.tongiltour.co.kr

글·사진 이윤기(자전거생활 여행사업부 이사)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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