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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탐사투어] 인제 수산리 자작나무 숲

바이크조선 | 2014.12.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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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을 닮은 명품 자작나무 숲길

인제군 남면 수산리 매봉(800m) 북쪽 능선과 골짜기는 100만 그루의 자작나무 숲으로 뒤덮여 있다. 한 제지회사가 1984년부터 식재한 것으로, 단풍이 고운 임도에서 보면 한반도를 꼭 닮은 숲도 보인다. 바로 옆의 빙골 임도는 인적 없는 산간오지 분위기가 일품이다. 같은 인제의 원대리 자작나무 숲에 비해 조용하고, 자전거와 자동차 모두 진입이 가능하다.

.위치 : 강원 인제군 남면 수산리

.코스 : 신남시외버스터미널 ~ 46번국도 ~ 수산1교 ~ 인제자연학교캠핑장 ~ 자작나무오토캠핑장 ~   
           수산임도 ~ 인제자연학교캠핑장 ~ 빙골임도 ~ 어론리임도 ~ 어론리교차로 ~ 신남시외버스터미널

.거리 : 42㎞

한반도 지형을 닮은 자작나무숲 전망대에서. 사람이 가리키는 오른쪽 산줄기의 숲이 한반도가 길게 누운 모습과 비슷하다.

가을은 색(色)으로 다가온다. 사람마다 제각기 계절마다 연상되는 색이 있겠지만, 사계절 중에서 가장 많은 총천연색을 연출하는 계절이 가을이다. 초록 일색이던 이 땅의 산야도 가을이 되면 노랗고 빨갛게 익어간다. 햇살 따갑고 고도차와 기온차가 클수록 그 색깔은 더욱 선명해진다. 입동을 코앞에 둔 이즈음에는 단풍의 남하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한반도 허리춤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단풍을 보기 위해 강원도 인제로 떠난다.

수산리 입구의 특이한 이정표. Y자 고목 위에 통나무를 얹고, 그 위에 하얀 백로와 잠자리가 앉아 있다. 기둥에는 나무 널빤지에 쓴 이정표가 정겹다.

인제에는 이름난 자작나무 숲이 두 곳 있다. 원대리의 ‘속삭이는 자작나무숲’과 또 하나는 원대리보다 덜 알려진 수산리의 자작나무숲이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작년에 이미 소개한 바 있다. 규모를 보자면 원대리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 훨씬 크고 명성 또한 대단해서 해마다 가을이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다만 흠이라면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은 자전거 출입이 제한되어 걸어서 올라야 하고, 자작나무 숲 주변에 MTB 코스로 지정된 임도로만 다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수산리 자작나무 숲은 유명세가 덜해서 오지 분위기가 잘 남아 있다. 구불구불한 임도를 따라 전망데크까지 올라가면 계곡 건너편의 한반도 지형을 닮은 자작나무숲을 먼발치서 볼 수 있다. 자전거와 차량도 이용할 수 있다.

소양호 호반길 따라 진입

작년 11월 초. 수산리 자작나무숲을 찾았지만 마침 비가 억수로 내려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일행 모두 저체온 현상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악몽처럼 떠오른다. 비 오는 날의 단풍도 나름대로 풍치가 있지만, 차가운 가을비를 그대로 맞아야 하는 라이더에겐 끔찍한 일이다.

그래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수산리 자작나무숲을 이번에 다시 찾았다. 조금은 이른 시기인 10월 18일에 찾은 수산리는 단풍이 아직은 덜해서 감흥은 그리 크지 않다. 수산리 자작나무숲은 10월 말에서 11월 초가 단풍의 최고 절정기이므로 이 시기에 찾는 것이 좋다.

단풍 든 산골짜기에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는 절경의 수산리 임도

출발은 인제군 남면 신남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하는 것이 원점회귀에 좋다. 남면에는 숙박과 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수산리에는 마땅한 음식점이 없으므로 출발하기 전에 남면에서 물과 행동식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신남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양구로 가는 46번 국도로 진입해 2㎞ 가량 고갯길을 넘으면 양구와 수산리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 왼쪽의 수산리 방향으로 진입하면 소양호 호반길이다.

소양호를 끼고 도는 호젓한 호반길의 산들은 검푸른 잣나무숲 사이로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으로 물들어 있어 가을산의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호반길을 약 6㎞ 가면 수산리 마을 입구다.

수산리 입구의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특이하다. Y자 고목 위에 통나무를 얹어 놓고, 그 위에 하얀 백로 두 마리가 하늘을 향해 머리를 쳐들고 서 있다. 옆에는 두 마리의 나무 잠자리가 비행하고 그 아래에는 나무 널빤지의 이정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수산리 임도 전망데크 부근에서 본 단풍길. 절정 전이지만 단풍 빛깔이 묻어날 듯 진하다.

폐교를 활용한 인제자연학교캠핑장의 사연

모든 사물에는 첫인상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마다 첫인상이 중요하듯 마을도 첫인상이 주는 느낌이 중요하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특이한 이정표도 이색적이고, 수산천을 따라 구불구불한 마을길과 수확을 갓 마친 다소곳한 논밭들, 그리고 붉게 물든 산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 아늑한 풍경이 수산리의 첫느낌을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마을 초입에는 수호신인 느티나무가 반긴다. 노란 옷으로 갈아입은 느티나무 줄기에는 붉게 물든 하트잎 담쟁이넝쿨이 기둥을 가득 둘러싸고 걸쳐 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 붉은 옷을 입은 느티나무는 마을의 신세대 이장님’ 같다고나 할까?

마을 입구에서 약 300m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인제자연학교캠핑장’이 나온다. 지금은 폐교되었지만, 과거에 부평초교 수산분교였던 이곳은 캠핑장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학교앞에 세워놓은 푯말에는 수산분교의 역사가 적혀 있다. 1930년 개교해 47회 졸업생 360명을 배출하고 1999년 3월 부평초교로 통합된 후 폐교되었단다.

인제자연학교캠핑장 앞에서 다리를 건너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수산천은 너무 맑고 깨끗하다. 소양호로 흘러드는 수산천은 수량이 적은 소하천에 불과하지만, 여름철 물놀이를 하기엔 최고로 좋은 청정하천이다.

빙골 임도. 인적이 뚝 끊어진, 정적만이 감도는 산간오지의 길이다.

마을길을 따라 간혹 나타나는 낙락장송이 멋들어지고, 이파리가 꼭 아기 손바닥만한 애기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도 간간이 도열해 있다. 붉은 잎 위로 어른거리는 햇살이 얼마나 고운지, 빨갛고 노란 이파리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자주 페달을 멈추게 만든다.

인제자연학교캠핑장에서 1.1㎞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목적지로 가려면 왼쪽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입구에 요란한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컨테이너가 길을 막고 있다. 푯말에는 ‘이곳은 개인 사유지이므로 무단 사용을 금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실망할 일은 아니다. 컨테이너 옆으로 자전거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 아니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30m 올라가면 왼쪽으로 이어지는 진입로가 있다.

갈림길에서 1.3㎞를 오르면 ‘자작나무 오토캠핑장’이다. 캠핑장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아침부터 텐트에서 나와 모닥불을 지피며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모닥불에 둘러 앉아 커피를 마시며 활짝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모닥불 연기는 캠핑족들의 훈훈한 정감을 더욱 운치있게 해 준다.

자작나무 숲을 지나는 어론리 임도

한반도 모양을 한 자작나무숲

캠핑장에서 조금만 더 오르면 임도 삼거리다. 왼쪽은 어론리로 가는 임도이고, 오른쪽은 자작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 가는 수산리 임도다. 여기서부터는 모든 길의 경사가  가파르다. 먼저 오른쪽 임도로 진입한다.

임도 갈림길에서 전망대까지는 경사가 제법 있는 오르막을 1.8㎞ 올라야 한다. 오르막이지만 단풍여행을 즐기러 왔기에 쉬엄쉬엄 올라가니 전혀 힘든 줄을 모른다. 산을 오를수록 고도차에 의해 단풍이 점점 더 고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드디어 전망대에 이르면 시야가 확 트인다. 수산리 일대는 온통 오색단풍이 울긋불긋 수채화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아름다운 풍경이다. 게다가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오색단풍은 더욱 화려하고 아름답다.

한반도 지형의 자작나무 숲은 가을 햇살 아래 현란한 황금빛을 발산하고, 연두빛에서 샛노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아직 조금 이른 단풍철이라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작년에 고생했던 기억을 생각하면 오히려 위안이 된다.

1 수산리 초입에 자리한 인제자연학교캠핑장. 과거 부평초교 수산분교였다. 2 수산리를 벗어나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전망대 아래의 숲은 아직 그늘이 져서 햇빛이 들기를 기다리며 전망대에서 오랜 시간 서성거리면서 가을 정취를 맘껏 느껴 본다.

이른 새벽이나 물안개라도 피어오르면 마치 선계에 와 있는 듯한 몽환적인 풍경을 볼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그런 날씨가 아니다. 풍경과 생각이 어우러지는 호젓한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꼭 이곳이 아니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전망대에는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을 렌즈에 담기 위해 간밤에 와서 차에서 밤을 보낸 노부부와 혼자 차를 몰고 올라와 임도로 차량이 계속 갈 수 있느냐고 묻는 노신사도 있었고, 오토캠핑장에서 남매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도 있었다.

가을이 절정으로 치닫는 요즘은 단풍 명소마다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차려입은 행락객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이곳은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어서 아는 사람들만 간간이 찾는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가족이나 연인이 산책하며 추억을 담기에 좋다.

전망대가 있는 곳이 임도의 정상은 아니다. 단지 자작나무숲의 한반도 지형이 가장 잘 바라보이는 곳이다. 임도 정상까지는 아직도 2.3㎞를 더 올라야 한다. 임도 정상에서 ‘인제자연학교캠핑장’까지는 약 5.4㎞로 내리막 구간이다. 전망대 쪽으로 간혹 차량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커브는 특히 주의해서 내려가야 한다.

1 간간이 자동차가 다녀 노면이 잘 다져진 수산리 임도 2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 숲

인적이 뚝 끊어진 빙골 임도

인제자연학교캠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정문 앞에서 15m 오르면 왼쪽으로 수산천을 건너는 다리가 걸려 있다. 이 다리를 건너면 빙골로 가는 임도다. 빙골 임도는 작은 밭이 몇 개 있을 뿐, 민가가 전혀 없는 오지길이다. 인적이 없고 적막하지만,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놓치기 아까운 코스다. 수려한 계곡물과 아름다운 단풍을 벗 삼아 호젓한 ‘낭만 라이딩’을 하고 싶다면 이곳이 최적이다.

인제자연학교 캠핑장에서 시작되는 빙골 임도는 약 4㎞로 끝까지 오르면 빙골 임도 삼거리를 만난다. 오른쪽 길은 아까 갔던 전망대와 캠핑장으로 이어지고, 왼쪽으로 진입하면 어론리 임도로 가는 길이다. 빙골 임도 삼거리에서 어론리 교차로까지는 약 8㎞의 임도가 개설되어 있다. 어론리 임도는 초반에 업다운의 연속이며, 막판에 긴 다운힐이 기다린다.

어론리 교차로에서 44번 국도를 만나 좌회전해서 3.6㎞ 가면 출발지인 남면 신남시외버스터미널이다.

매봉(800m) 아래의 수산리 임도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조용한 오지 산골에 있어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수산리’라는 마을 이름도 산이 깊고 물이 맑아 붙여졌다. 제지회사 ‘무림P&P’가 1984년부터 이 일대에 자작나무 100만 그루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한반도 모양을 닮은 대규모 자작나무 숲 주변으로 11㎞에 달하는 트레일이 있어 오지 속에서 자전거 캠핑으로 심신을 단련할 수 있다.

1 단풍 터널을 이룬 빙골 임도 2 자작나무 숲을 관통하는 어론리 임도

코스 주변 숙식 정보

.캠핑장 : 인제자연학교캠핑장 : cafe.naver.com/injaecamping
             자작나무오토캠핑장 : cafe.daum.net/jajakcamp)

.식당 : 코스내에 식당이 없으므로 먹을 것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숙박 : 남면에 모텔이 많이 있다. 코스 내에 있는 캠핑장은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글·사진 이윤기(자전거생활 여행사업부 이사)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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