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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전거의 이름은 '포에버' 그러나 곧 사라질 야속한 운명

도쿄=손정미 기자 | 2009.10.2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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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설치미술·건축 거장 모리미술관 '아이웨이웨이展' 급격한 산업화·부실공사…고국 사회상 신랄하게 풍자

도쿄 롯폰기에 있는 모리미술관 입구로 들어서는 관람객은 한쪽 벽에 붙어 있는 샹들리에를 발견하게 된다.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의 하나인 모리미술관과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로, 부자연스럽고 촌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이것은 중국의 세계적 설치미술가이자 건축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작품 〈샹들리에〉로, 중국 정부의 미감(美感)을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다. 《아이웨이웨이전(展)》을 열고 있는 모리미술관은 입구부터 그의 작품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중국 국내에서는 '냐오차오(鳥巢·새 둥지)'로 불린 2008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와 2007년 카셀도큐멘타 등에 참가한 중국의 대표적 현대미술가이다. 1957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아이웨이웨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정부가 싫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주로 뉴욕에 머물면서 마르셀 뒤샹과 재스퍼 존스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개념미술 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1993년 저명한 시인인 아버지 아이칭이 위독해지면서 귀국했다.

아이웨이웨이는 중국에 돌아온 뒤 전위예술 운동을 펼쳤고, 사회운동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설계에 참여했으면서도 정작 개막식 참여는 거부했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위해 베이징에 거주하던 서민들을 외곽으로 내모는 등 '거짓 미소'를 짓고 있다며 비난한 것이다.

아이웨이웨이의 설치작품인〈포에버〉. 1960년대 중국인의 필수품이었던‘포에버’자전거의 쇠퇴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의미를 묻고 있다./손정미 기자

모리미술관 전시는 아이웨이웨이의 사회운동과 예술을 결합한 작품, 형상과 물질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 설치미술 작품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달의 옷장〉은 건축과 디자인, 설치미술가로서의 역량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대작이다. 거대한 규모의 설치작품으로 가운데 뚫린 구멍이 보는 각도에 따라 차고 이우는 달의 모습을 보여준다.

〈포에버(Forever·영원)〉는 실제 '포에버'라는 브랜드를 가진 자전거 42대를 쌓아올린 설치작품이다. 포에버 자전거는 1960년대 중국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갖고 있거나 갖고 싶어하는 자전거였다. 당시 포에버는 대단한 매출을 일으키며 거대 기업으로 군림했지만, 대도시가 확대되고 자동차가 대거 생산되면서 포에버 자전거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작가는 '포에버'라는 이름을 갖고도 사라져가는 운명, 그러나 사람들 기억 속에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포에버의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있다.

〈한나라 항아리 떨어뜨리기〉는 한(漢) 시대에 만들어진 도자기를 떨어뜨리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사진작품이다. 2000년이 넘은 골동품을 떨어뜨려 산산조각나게 함으로써 새로운 창조는 파괴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뱀 천장〉은 수만 명이 사망하고 실종된 중국 쓰촨성 지진을 형상화한 것으로 천장을 기어가고 있는 긴 뱀을 형상화했다. 멀리서 보면 뱀의 모습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학생들이 메고 다닌 책가방을 이어붙인 것이다. 작가는 지진으로 실종되거나 사망한 쓰촨성 의 초등학교와 중학생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한편으로는 부실공사로 학생들을 희생시킨 부패를 고발하고 있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