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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II] '자전거 도시' 명성 무색한 고양시

안준용 기자 | 2011.05.1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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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틴' 자전거 불량 많아, 수리센터는 턱없이 부족… 자전거전용도로도 반쪽 "축제 앞서 인프라 확충을"

'피프틴' 자전거 불량 많아
수리센터는 턱없이 부족
자전거전용도로도 반쪽
"축제 앞서 인프라 확충을"

자전거 애호가인 이민호(38)씨는 매주 자전거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자택에서 고양 일산 호수공원에 이르는 약 20㎞ 거리를 오간다. 이달 초에도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고양 덕양구 행신동 인근을 지나던 이씨는 자신의 자전거 타이어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했다. 급한 마음에 수리할 곳을 찾기 위해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자전거 수리점은 찾을 수 없었다. 이씨는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고 찾아간 곳도 폐업 상태였고, 결국 덕양구청 안내를 받아 구청 인근 자전거 판매점까지 걸어갔다"며 "자전거 도시로 알려진 고양시의 자전거 인프라에 크게 실망했다"고 했다.

고양시는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며 그간 시내 곳곳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했고, 지난해 3월부터는 '피프틴(FEEFTEEN)'이라는 자전거 공공임대서비스도 시작했다. 현재 피프틴 가입 회원은 1만 명을 넘어섰고, 고양시 자전거 연합회에 따르면 지역내 자전거 동호회원 숫자만 6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자전거의 높은 인기에도 불구, 관련 인프라는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11년째 활동하고 있는 이석영(45) 씨는 "서울시와 비교했을 때 고양시는 자전거를 정비할 수 있는 곳이 턱없이 모자라고, 자전거도로도 급하게 만든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고양시 자전거 공공 임대 서비스인‘피프틴’의 자전거 스테이션‘피프핀파크’. 고양시에는 덕양구 36개소, 일산동구 51개소, 일산서구 38개소 등 총 125개소의 피프틴 파크에 3000대의 자전거가 비치돼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수리센터 부족·자전거도로 부실

고양시가 지난해부터 자전거 공공임대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전거를 수리 받을 수 있는 센터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사회적기업 '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가 시 위탁을 받아 각 지역을 돌며 고장난 자전거를 무상 수리하고 있지만 한 지역에 방문하는 횟수는 연간 2회에 불과하다. 이 업체는 시로부터 2000여 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연간 약 100일 동안 각 동사무소 주차장에 이동수리센터를 차려 주민들 자전거를 무료로 수리해주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평일에 매일 나가디시피 하고 있지만 동이 워낙 많다보니 1년 동안 한 곳에 두 번꼴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수리 서비스를 자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 이벤트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자전거 도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자전거 동호회원 이미영(39)씨는 "무엇보다 고양-서울 간의 연계가 아쉽다"며 "방화대교까지는 자전거도로가 설치돼있지만 행주대교부터는 아직도 자전거도로가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편도로 만들어진 자전거도로의 위험성도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사거리에서 일산동구 백석동까지 호수로에는 자전거도로가 설치돼있다. 하지만 장항IC부터 킨텍스에 이르는 일부 구간의 맞은편에는 자전거도로가 놓여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일부 자전거 이용자들이 교차로를 건넌 뒤 자전거도로를 역주행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호수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안상현(26)씨는 "가끔 자전거끼리 부딪혀 가벼운 사고가 나는 경우도 봤다"며 "공원 입구나 정류장 인근지점, 교차로에서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피프틴(FEEFTEEN)' 이용객들, 자전거 정비 상태 등 지적

고양시가 지난해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자전거 공공임대서비스 '피프틴'에 대한 이용객 불만도 높다. 회원권을 구입하거나 휴대폰 인증 후 자전거를 빌리는 피프틴의 가입 회원은 벌써 1만명을 넘어섰고, 이들은 일정액(연간 회원권 기준 6만원)을 내고 125개 피프틴 파크에 비치된 3000대의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자전거 정비상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피프틴 회원은 "처음 고른 자전거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어 즉시 반납하고 다른 자전거를 골랐는데 이번에는 안장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며 "이용자가 많아진 만큼 정비에 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일산동구 마두동에 사는 이지윤(28)씨도 "피프틴 자전거 정비상태가 좋지 않아 안전을 생각해 이용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피프틴 홈페이지에는 매일같이 자전거 반납 및 과금 오류에 대한 이용자들의 항의가 올라오고 있다. 이용자들은 "센서 오류 때문인지 사용하고 있지도 않은데 추가 요금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경우 피프틴 통합관제센터측은 직접 CC(폐쇄회로)TV를 확인한 뒤 정정처리 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피프틴이 본래 취지와 달리 지역내 자전거 판매점·대여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호수공원에서 자전거 대여업을 하고 있는 한 여성은 "공원 인근 7∼8개 업체들의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고, 일부는 사업 정리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시는 200여 억원의 예산을 들여 호수공원과 난지도 한강생태공원을 잇는 자전거도로 설치 사업인 '그린웨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시내 자전거도로도 지속적으로 연장해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자전거 동호회원들은 "자전거 축제를 개최하거나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자전거 도로·피프틴 서비스 정비는 물론 수리시설 등 자전거 관련 인프라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