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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자전거 투어] 바퀴 굴리며 흐르는 강물처럼…

글·김기환 부장대우 | 2012.06.2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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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에서 팔당까지 143km 자전거 캠핑 투어

페달에 발을 올리자 체인이 ‘핑’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드디어 출발이다. 남한강 자전거길을 답사하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타이어가 바닥을 비비며 앞으로 굴렀다. 뒤에 매달린 육중한 트레일러도 뒤뚱거리며 자전거를 따라왔다. 이제 두 다리의 힘에 의존해 먼 길을 달려야 한다.

목계대교 인근의 비탈진 데크 자전거길. 무거운 트레일러가 뒤에서 잡아 당기면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4대강 사업을 통해 탄생한 국토종주 코스 가운데 한 구간이다. 팔당역 부근에서 시작해 충주댐에 이르는 총 거리는 143km의 자전거길이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새재 자전길과 낙동강 자전거길을 거쳐 부산까지 이어진다. 또한 팔당에서 서울을 거쳐 인천으로도 길이 연결된다. 자전거를 이용해 국토를 종단할 수 있는 코스가 생긴 것이다.

1 남한강 자전거길은 한적한 강변을 달리는 재미가 남다르다.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아직은 완벽한 자전거 전용도로는 아니다. 일부 강변으로 길을 내기 어려운 곳이나 보존지역은 지방도나 농로 등 우회길을 이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다니는 차량이 그다지 많지 않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일부 구간에 표기된 이정표가 혼돈의 여지가 있어 길을 찾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날이 따뜻해지며 많은 이들이 남한강 자전거길을 찾고 있다. 취재팀도 충주에서 시작해 팔당으로 진행하는 자전거 투어를 나섰다. 사실 남한강 자전거길 143km는 새벽에 출발해 한밤중까지 달리면 하루에도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그렇게 전력질주해서 달리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사진을 보지 않으면 어디를 다녀왔는지도 모를 정도다. 

2 여주 강변 유원지 인근의 아름다운 숲이 형성된 구간.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달려라
느긋하게 투어를 즐기려면 자전거 트레일러에 캠핑 장비를 싣고 천천히 가는 것이 좋다. 경치 좋은 곳에서 야영을 하며 느끼는 자연의 변화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이다. 자전거길을 따라 가는 여행은 마음이 편한 것이 장점이다. 곳곳에 이정표가 있고 기복도 심하지 않다. 느긋하게 페달을 돌리며 초여름의 햇살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3 뙤약볕이 내려쬐는 강둑을 달릴 때는 그늘이 그립다.

차량으로 이동해 충주 달천 변에서 첫날을 보냈다. 시작부터 야영이었다. 남한강 자전거길의 끝인 충주댐에서 떨어져 있지만 야영하기 좋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달천을 따라 이어지는 새재 자전거길을 따라 탄금대로 향했다. 강변길이 끝나고 잠시 시가지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충주시민운동장 옆의 강가로 나섰다.

탄금대로 입구에 ‘자전거길 종주 충주 탄금대 인증센터’ 간판을 단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가 보였다. 지난 3월 20일부터 시행된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인증제’를 위해 설치된 무인인증시설이다. 국토해양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제도는 자전거를 이용한 4대 강변 국토탐방을 기념하고 인증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부산에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날렵한 몸매의 젊은이들도 인증센터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인증제도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부산에서 출발해 3일 만에 충주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앞으로 이틀을 더 달려 인천까지 갈 계획이라 말했다. 이들의 젊음과 체력이 부러웠다.

30kg이 넘는 트레일러를 달고 있는 답사팀은 운행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평지에서는 평균 시속 10km 정도로 운행했다. 빨라야 17km를 넘기지 않았다. 물론 더 속도를 낼 수는 있었다. 하지만 며칠에 걸쳐 먼 거리를 이동하는 여정이라 무리를 할 수 없었다. 천천히 오래가는 것이 완주를 위한 최선의 전략이었다.

무인지대의 강가를 달리는 멋
탄금대에서 충주댐 방향으로 진행하다 목행교 밑에서 길이 갈렸다. 계속해 강을 따라 진행하면 충주댐으로 목행교를 건너면 팔당으로 갈 수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 팔당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리를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길은 강변을 벗어나 우회도로로 접어든다. 도로에 국토종주 자전거길 표식이 그려져 있어 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않았다.

1 강천보를 건너 여주 방면으로 향하고 있는 취재팀. 
2  양평읍 중앙로에 있는 ‘바이크101(전화 031-772-0111)’의 김남수 대표가 취재팀의 자전거를 손보고 있다. 남한강 자전거길 투어 중 고급 자전거 정비를 맡길 수 있는 유일한 매장이다.

작은 언덕을 넘어 내려선 뒤 조정지 댐을 건너 좌회전하면 자전거길은 남한강 남쪽을 따라 흐르기 시작한다. 길게 뻗은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잠깐 속도를 내다가 목계대교 직후 나타나는 데크길에서 잠시 숨을 죽였다. 길옆으로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강줄기가 흐르고 있는 구간이었다.

중원학생야영장 앞의 나무 그늘에 자전거를 세우고 목조데크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바닥에 개미가 바글바글했지만 나그네의 낮잠을 막진 못했다. 매트리스에 누워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눈앞으로 많은 자전거가 지나갔다. 부천에서 왔다는 나이 지긋한 여성팀은 자전거를 타면서도 연신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탄금대에서 본 부산의 젊은이 두 명은 여유 있게 손을 흔들며 쏜살같이 옆을 지나갔다. 모든 사람이 자신들만의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야영장에서 출발해 앙성온천을 지날 즈음 일행의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다. 날이 더워지며 브레이크에 에어가 찼는지 바퀴가 잠겨버린 것이다. 트레일러를 분리하고 브레이크 오일을 조금 빼내니 운행이 가능해졌다. 장거리 자전거 투어를 할 경우 기본적인 정비 능력은 갖춰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생겨도 대처가 가능하다.

앙성온천에서 부론까지 12.6km 구간은 무인지대에 가까웠다. 자전거길이 강변을 따라 찻길과 완전히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드문드문 민가는 보였지만 식사를 할 만한 식당이 없었다. 참외 한 쪽으로 허기를 달래며 쉬지 않고 달렸다. 결국 강원도인 부론에서 식당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던 음식점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었다.

부론에서 섬강교를 지나 옛 영동고속도로의 긴 오르막을 통과할 때까지도 적막강산이 계속됐다. 조용하고 한적한 구간이었다. 굴암리 바늘늪구비 주변부터 제법 큰 마을이 나타났다. 강천보 주변에도 새로 지은 집들이 눈에 띄었다. 도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짐 떼어내고 가볍게 달려
여주 금모래은모래유원지 부근의 공터에서 두 번째 야영을 했다. 예전에 오토캠핑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시설물이 들어서며 야영장이 사라졌다. 날이 어두워진 틈을 타 그냥 적당한 곳에 텐트를 쳤다. 잠시 머물렀다 가는 나그네들이라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다.

3 여주 강변유원지에서 본 남한강 일몰. 
4 이포보 상류에 자리한 오토캠핑장. 주말에는 예약을 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다음날 영월루를 옆을 지나 강변 자전거길을 타고 여주보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첫날 70km가 넘게 달린 덕분에 몸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평일이지만 이포보 직전의 오토캠핑장에 텐트를 친 사람들이 있었다. 주말이면 많은 이들이 몰리는 인기 있는 캠핑장이다. 자전거 여행객은 조금 떨어진 곳의 웰빙캠핑장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한적하기 때문이다.

이포보에 잠시 숨을 돌린 뒤 개군면의 후미개캠프장으로 이동했다. 후미개 고개 동쪽 강변에 자리한 이 조용한 야영장에서 하루를 더 묵기로 했다. 이곳에 트레일러를 떼어놓고 나머지 구간은 가벼운 차림으로 속전속결로 답사했다. 충주에 두고 온 차량을 회수하려면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양평 후미개캠프장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고 있다.

양평에서 팔당까지는 서울에서 당일로 왕복하는 이들이 많은 구간이다. 중간에 자전거길로 개조한 북한강 철교와 석양이 아름다운 두물머리 등을 만날 수 있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과 하남시를 잇는 팔당댐의 장관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전철이 바로 옆에 있어 어디서나 자전거를 싣고 이동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철을 이용해 팔당에서 양평까지 쉽게 돌아올 수 있었다.

남한강 자전거길의 캠프장 자전거 캠핑을 하려면 적당한 야영장소가 필수다. 하지만 아직 남한강 자전거길 주변에는 충분한 야영장소가 조성되지 않았다. 4대강 정비와 함께 조성된 곳은 이포보 상류의 오토캠핑장과 웰빙야영장이 유일하다. 예전에 오토캠핑장으로 인기를 끌었던 여주의 금모래은모래유원지에는 야영장 시설이 없다. 역시 이포보에서 가깝지만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두미리에 사설 오토캠핑장인 후미개캠프장이 있다. 남한강 조망이 좋은 사면에 턱을 조성해 만든 곳으로 대형 텐트도 설치할 수 있는 목조데크 8개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조성되어 있다. 커다란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내며 멀리 정면으로 이포보가 보이는 장소다. 이곳을 사용하려면 전화(031-772-8792, 010-5528-8792)로 문의해야 한다.

식사 충주나 여주, 양평 등에 음식점이 많다. 하지만 그 중간의 자전거길 주변에는 매식을 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그나마 부론에 음식점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다오리해수두부촌(033-731-2265)의 차림이 무난하다. 두부전골 1인분 7,000원. 개군할머니 토종순대국(031-772- 8303)은 양평군 개군면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으로 3대가 한 가지 음식을 만들고 있는 곳이다. 순대국 한 그릇에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