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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대장정] "鵬程萬里(붕정만리·붕새가 만리를 나는 원대한 꿈 의미) 대장정… 유라시아를 다시 우리 삶의 무대로"

어수웅 기자 | 2014.09.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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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高銀, 뉴라시아 원정대에 106행짜리 長詩 보내와] -詩를 부친 까닭은… 단절되었던 땅, 유라시아 선조들 품었던 기상과 용기가 지금 이 땅에서 재현되기를… 1만5000㎞ 도전의 길… 평화·미래·통합 꿈 앞당기길

팔순에도 여전히 격정적인 시인 고은(81·사진)이 조선일보에 강렬하고 뜨거운 시 한 편을 보내왔다. 제목은 '1만5000㎞의 길에 부친다'. 본지의 통일 기획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대장정'에 부치는 헌시(獻詩)다.

모두 106행에 달하는 이 격정적 장시(長詩)는 국가 민족 세대 이념을 뛰어넘어 두 바퀴로 평화로운 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는 이 힘찬 행진을 열렬히 격려하고 응원한다. "언제 이토록 탁 트인 포부였느냐"면서 "삼가 내 마음속 박수갈채를 보낸다"는 것이다.

시인은 처음에는 "이 시 외에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며 말을 줄였다. 하지만 '원코리아 뉴라시아' 기획에서 시인의 영혼을 가장 자극했던 대목이 무엇이었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시인은 "유라시아는 우리 고대사에서 역사 속 체험의 공간이었지만 현대사에서는 단절되었던 땅"이라면서 "대한민국이 새로 열어갈 역사에서, 유라시아는 다시 우리 삶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선조가 품었던 원대한 기상과 용기가 지금 이 땅에서 재현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시인은 "우리의 새 역사는 커다란 꿈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평화와 미래, 그리고 통합의 꿈이다. 1만5000㎞의 대장정, 1만5000㎞의 기상. 베를린 바르샤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이르쿠츠크 울란바토르 베이징을 거치는 도전의 길이다.

이 원대한 꿈에 대해 시인은 '붕정만리(鵬程萬里)'라는 표현을 썼다. 붕(鵬)은 날개 길이가 1200㎞에 달해 한 번 펴면 하늘을 덮고, 그 날개를 한 번 치면 3만6000㎞를 날아간다는 '장자(莊子)' 소요유편에 나오는 전설의 새. 그런 큰 새가 만 리를 날아가니 얼마나 위대하고 환한 앞날이겠는가. 갈라지고 빼앗긴 현대사를 넘어, 분단의 불행을 넘어, 어둠과 설움을 모두 날려 보내자고 했다.

지금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대장정'에는 많은 젊은이가 페달을 밟고 있다. 시인은 특히 젊은이들의 역할을 긍정하고 성원했다. 우리 민족의 뿌리와 근원을 찾고, 잃어버린 역사와 경험을 되찾는 이 대장정에서 "젊은이들이 무대의 전면에 서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장정은 독일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중국 등 총 10개국을 거치는 100일간의 여정이다. 북한을 통해 서울로 들어오는 마지막 일정은 합의되지 않았다.

시인은 "남북 양쪽이 모두 문제가 있지만, 서로가 대화를 통해 이번 대장정이 합의의 길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단순히 상징적 이벤트로서의 자전거 여행을 뛰어넘으라는 얘기다.

시인은 인터뷰 마지막에 '어른'으로서의 덕담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대장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건강한 모습으로 광화문에 도착하시라."


☞詩人 고은(高銀)

연작 시집 '만인보(萬人譜·만인의 족보)'와 서사시 '백두산' 등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을 받았으며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힌다. 출가(出家)했다 환속했고,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창립의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