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대장정] 한 발은 유럽, 한 발은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우랄산맥에 서다
첼랴빈스크(러시아)=진중언 기자 | 2014.09.17 02:16
[원정대, 34일만에 亞 진입] 산맥따라 대륙 경계탑 40여개… '사랑의 맹세' 장소로도 인기 우랄 넘자 시베리아 '난코스' 영하 가까이 기온 떨어지고 도로 상태도 급격히 나빠져
'원코리아 뉴라시아(One Korea, New-eurasia) 자전거 평화 원정대'가 15일(현지 시각) 오후 우랄(Ural) 산맥을 넘었다.
우랄 산맥은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대륙의 경계선이다. 북극해에서부터 카자흐스탄 북부까지 러시아를 남북으로 2000㎞ 길이로 종단하는 이 산맥은 평균 높이가 1000m 안팎이다. 북부엔 최고봉인 나로드나야 산(1895m)과 빙하 지대가 있고, 남부는 비교적 낮고 넓은 구릉 지대다. 원정대는 이날 두 대륙의 경계를 알리는 우랄 산맥의 표지탑 위에 태극기를 휘날렸다. 한 발은 유럽에, 다른 발은 아시아에 딛고 선 채였다. 지난달 13일 독일 베를린에서 출발한 지 34일 만에 마침내 유럽을 넘어 아시아로 들어선 것이다.
◇마침내 유럽·아시아 경계선 넘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우랄 산맥 구간을 달리던 원정대는 이날 우랄 경계탑' 앞에 섰다. 돌로 받침을 쌓고 그 위에 철 구조물을 올린 탑의 한쪽 면엔 러시아어로 '아시아', 맞은 편엔 '유럽'이라고 쓴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이상구 대원이 탑 기단(基壇) 위로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자 모든 원정대원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 탑은 이 지역 신혼부부들이 결혼식을 마치고 여행을 가는 길에 들러 신랑이 탑에 올라 사랑을 맹세하는 명소(名所)라고 한다. 이 대원은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선에 서니 우리가 정말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있다는 게 실감 난다"고 말했다.
우랄 산맥은 18세기 초 러시아 지리학자 바실리 타티셰프가 "우랄 산맥을 기준으로 동서(東西)의 수자원과 식물 분포가 다르다"고 한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선으로 굳어졌다.
신범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러시아가 17~18세기 동방(東方)으로 진출할 때 넘었던 경계선이 우랄 산맥"이라며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베리아 개발이 시작되면서 러시아의 극동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우랄 산맥 곳곳엔 40여개의 '유럽·아시아 경계탑'이 있다. 원정대가 통과한 경계탑은 'AH6(아시안 하이웨이 6번)' 도로에 있었다. AH6은 러시아 모스크바부터 카자흐스탄, 중국을 지나 동해안의 7번 국도로 이어지며 부산에서 끝난다.
◇시베리아 진입… '난코스' 시작
원정대는 이날 동서 폭이 200여㎞에 달하는 우랄 산맥 구간을 지나 첼랴빈스크에 도착했다. 이는 자전거 대장정이 시베리아라는 '난코스'에 들어섰다는 의미이다. 서(西)시베리아의 중심 도시 첼랴빈스크는 1905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된 7400㎞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기점이었다. 이후 첼랴빈스크부터 모스크바까지 서쪽 구간을 연장해 9200여㎞에 달하는 현재의 TSR이 됐다. 첼랴빈스크는 작년 2월 운석(隕石)이 비처럼 쏟아지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원정대는 당시 600㎏에 달하는 가장 큰 운석 조각이 떨어졌던 체바르쿨 호수를 방문, '안전 원정,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원정대가 우랄 산맥을 넘은 이후 날씨는 갑자기 쌀쌀해졌고, 도로 상황도 열악했다. 털모자와 털장갑 차림의 현지인도 적지 않았다. 러시아 기상 당국은 17일 첼랴빈스크 지역 최저기온을 영하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