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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대장정] "러시아 한복판서 그리운 금강산·아리랑 듣다니…" 고려인·교민 눈물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특별취재단 | 2014.09.10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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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서 통일 기원 콘서트… 500席 가득 메워] -'한반도 統一 선율' 울려퍼지다 "어릴때 부모님이 흥얼거리던 아리랑 들으니 가슴 벅차올라" "韓·러, 음악으로 화합하기를" 러 시민들도 "원정대 응원"

5일 오후 러시아의 문화·예술 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심장부 벨로셀스키-벨로제르스키(Belosselsky-Belozersky) 궁전에 우리 가곡 '그리운 금강산' 선율이 울려 퍼졌다. 러시아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강은실씨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이 노래를 열창했고, 객석에선 뜨거운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입석까지 가득 메운 500여명의 한국 교민과 고려인, 현지인들은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된 듯 1분 이상 박수갈채를 보냈다.

강씨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객석 제일 앞줄의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원정대' 대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는 "그동안 공연을 수없이 해왔지만 '한반도 통일'을 위해 노래를 부른 것은 처음"이라며 "통일을 염원하는 원정대와 한국 교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차이콥스키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각종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강씨는 이날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한복 문양 드레스까지 준비했다. 박영석 대원(52·선두외과 원장)은 눈물까지 흘리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러시아에서 27년째 거주 중인 노성준(49) 상트페테르부르크 한인회장은 "이곳엔 한인 1200여명과 고려인 1만여명이 있지만, 오늘처럼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며 기뻐했다.

5일‘통일 기원 콘서트’가 열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벨로셀스키-벨로제르스키’궁전의 야경. 러시아 황족들이 사용하던 대형 거울이 많아 거울 궁전으로도 불린다. /오종찬 기자

한반도 統一기원 콘서트, 러시아 문화예술 심장부를 울리다 - 지난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벨로셀스키-벨로제르스키(Belosselsky-Belozersky) 궁전에서 열린‘통일 기원 콘서트’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원정대’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방문에 맞춰 열린 이번 콘서트에는 러시아 현지인과 교민 등 500여명이 좌석을 가득 채운 채‘아리랑’과‘그리운 금강산’등을 들으며 한반도 통일의 의미를 되새겼다. /오종찬 기자

소프라노 강은실 '그리운 금강산' 열창 - 지난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벨로셀스키-벨로제르스키(Belosselsky-Belozersky)궁전에서 열린‘통일 기원 콘서트’에서 소프라노 강은실씨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우리 가곡‘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하고 있다. 노래가 끝나자 객석에선 1분 동안 뜨거운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오종찬 기자

이날 열린 '통일 기원 콘서트'는 조선일보사가 자전거 원정대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착에 맞춰 기획한 행사다. 공연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 '발레 모음곡', 오페라 '리골레토' 중 '그리운 그 이름', 글린카의 '왈츠 환타지' 등이 연주됐다. 특히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의 지휘자로 활동 중인 알렉산더 티토프의 지휘 아래 재해석된 '아리랑' 연주는 이날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아리랑이 연주될 때 눈물을 흘리는 고려인이 적지 않았다. 사할린 동포인 김신정(79)씨도 그랬다. 5세 때인 1940년 부모와 함께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됐다가 2000년 경기 안산으로 와 국적을 취득했다는 김씨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휘자로 활동 중인 아들을 만나기 위해 러시아로 왔다가 콘서트에 참석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리랑'은 어렸을 적부터 늘 부모님이 흥얼거리던 것"이라며 "러시아 한복판에서 아리랑을 들을 수 있으리라 상상도 못했는데… 따라 부르다 보니 절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공연장에는 러시아의 천재 피아니스트 미로슬라프 쿨티셰프(Kultyshev·29)씨가 강은실씨를 응원하기 위해 깜짝 등장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2007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와 2012년 몬테카를로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쿨티셰프는 강씨와 러시아에서 함께 활동하며 각별한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인사말에서 "한국·러시아 양국이 음악으로 화합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교민들과 함께 현대차, LG전자, LS네트웍스, 우리은행, 대한항공, 코트라 등의 주재원 가족들이 다수 참석, 김창호 대장과 가수 김창완씨 등 원정대원들과 앞다퉈 기념사진을 찍었다. 러시아 현지인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가이아 카치키안(26)씨는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을 적극 지지하는 국가"라며 "자전거 원정대가 러시아인들의 이런 응원에 더욱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단〉

이광회 부국장(원정단장),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주용중 정치부장, 조정훈 스포츠부장, 정병선 프리미엄뉴스부 차장, 배성규 정치부 차장, 임민혁 정치부 기자, 진중언 산업1부 기자, 최형석 경제부 기자, 오종찬 멀티미디어영상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