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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카약 투어링] 남한강

글·김기환 차장 | 2011.12.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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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한 시간 동안 계속 지나갔어요!” 오토캠핑 즐기며 강변 자전거 여행… 카약으로 이포보 구경

깔끔하게 단장된 남한강 자전거길을 달리고 있는 취재진.

올해 11월은 이상하게도 날씨가 푸근했다. 찬바람이 불어야 할 시기지만 햇볕이 따스한 날이 많았다. 지난 여름의 집중 호우에 대한 보상으로 가을이 걸음을 멈춘 듯하다. 어찌됐든, 이렇게 좋은 날이 계속되며 신이 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전거 마니아들이다. 게다가 지난 10월 8일 ‘남한강 자전거길’이 열리며 강을 따라서 장거리 자전거 여행이 가능해졌다.

이번에 개통된 총 길이 26.8km인 ‘남한강 자전거길’은 경기 남양주시에서 양평을 지나 여주까지 강을 따라 이어진다. 이 길은 팔당역에서 양평대교까지 이어진 중앙선 폐철도를 재활용해 수려한 경관을 보면서 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한강둔치의 자전거 도로와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도 좋다.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춘 곳이다. 이 달에는 새롭게 단장이 끝난 남한강 자전거길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기로 했다.

여주보 근처의 쉼터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라이더.

서울에서 양평까지는 자전거로 하루에 왕복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많은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중앙선 전철을 타고 팔당이나 양평으로 이동해 강변의 자전거 길로 나선다. 복잡한 서울 구간을 생략할 수 있고 힘도 덜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팀은 양평의 후미개 캠프장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자전거 투어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자전거와 오토캠핑을 동시에 즐기는 재미를 맛보기 위해서다.

후미개 캠프장은 남한강 자전거길 가운데 가장 힘든 구간인 후미개 고개 동쪽 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남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조성된 캠프장으로 예전에 카페였던 부지 곳곳에 목조데크를 설치해 오토캠핑이 가능하도록 만든 곳이다. 아직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아니지만, 12월 개장을 앞두고 있어 주인장의 허락을 구해 캠프사이트를 설치했다.

이포보 부근의 쉼터에서 자전거를 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포보가 정면으로 조망되는 펜션 옆의 커다란 목조데크에 대형 텐트를 설치하고 테이블과 주방을 마련했다. 바로 뒤에 병풍처럼 나무가 자라고 있어 분위기가 아늑한 장소였다. 이곳에서 1박2일간 머물며 자전거와 카약으로 새롭게 변모한 남한강의 모습을 돌아보기로 했다.

강변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 크게 늘어
캠프사이트 정리를 마치고 곧바로 자전거에 올라탔다. 1차 목적지는 정면에 보이는 이포보로 정했다. 커다란 학이 날개를 펼치고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이포보는 멀리서 봐도 대단한 규모였다. 캠프장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개군면으로 가다 개군레포츠공원으로 이어지는 농로 통해 하자포리교를 건너면 강변의 자전거길이 시작된다.

이포보 위의 탐방로. 알처럼 생긴 수문 개폐시설이 눈길을 끈다.

광활한 남한강이 잠에 취한 듯 고요하다. 강변에 쏟아지는 햇볕이 따사롭다. 잠시 페달을 돌렸는데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뒤늦은 식사로 무거웠던 몸이 조금씩 활기를 찾아 가는 것이 느껴졌다. 귓가를 희롱하며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 싫지 않았다.

“요즘 자전거 타는 사람들 많지요?”

강변의 자전거 도로에 들깨를 말리고 있던 나이 지긋한 아낙에게 물었다.

“말도 마세요! 이포보에서 행사할 때 집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자전거가 계속 지나갔어요.”

한적한 시골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것이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공사가 한창일 때는 몰랐는데, 그로 인한 변화의 폭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다.

후미개 캠프장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강폭이 넓어지고 둑이 높아지는 외형적 변화만 생긴 것이 아니다. 이로 인해 조성된 인프라가 사람들의 레저문화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제 서울의 자전거 동호인들은 양평을 거쳐 여주와 충주까지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정부는 인천 경인 아라뱃길부터 부산 낙동강에 이르는 구간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도록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조성 중이다. 남한강 자전거길 개통 이후 한강을 비롯해 영산강·금강·낙동강을 따라 만들어지는 1,692km 길이의 국토종주 자전거길이 11월 말이면 완공될 예정이다.

펜스가 설치된 강변길을 3km가량 달리면 이포보가 정면으로 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자전거를 타던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강을 바라보며 숨을 돌리고 있었다. 새의 알처럼 둥그런 수문 개폐시설이 눈길을 끄는 이포보는 이미 많은 이들이 찾는 유명관광지였다.

물통을 캠프사이트로 옮기고 있다. 취수장이 가까워 편리하다.

이포보 위로 올라서니 이곳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줄을 이어 전망대를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이들과 도보 여행객이 뒤섞여 이동하는 모습은 조금 불안해 보였다. 자전거 주행선과 보행로를 선으로 구분해 두기는 했지만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자전거와 보행자 그림을 그리거나 색깔을 칠하면 쉽게 구분이 갈 것이다. 이왕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시설이니 그런 세세한 곳까지 신경을 써준다면 더 완벽해질 것이다.

이포보 끝까지 다녀온 뒤 다시 남한강 북쪽의 자전거길로 내려섰다. 여기서 상류로 이어지는 코스 주변에 여러 시설이 밀집해 있다. 체육시설과 캠핑장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다. 하지만 아직은 정비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시장판처럼 어수선했다. 이 시설지구를 빠져나가면 자전거길은 강을 벗어나 도로와 나란히 여주보를 향해 이어진다. 잠시 곧게 뻗은 길에서 속도를 내다가 중간의 휴게소에서 유턴해 후미개 캠프장으로 단숨에 돌아왔다. 이 구간에는 볼 만한 풍경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자전거길 옆의 공터에서 카약을 조립하고 있다.

카약 타고 이포보 구경하는 색다른 재미도
후미개 캠프장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여유 있게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텐트를 두드리는 빗줄기 소리를 자장가 삼아 숙면을 취했다. 역시 운동 뒤에 즐기는 느긋한 캠핑은 달콤했다. 뻣뻣해진 다리 근육을 풀어주겠다는 핑계 삼아 얼근해질 정도로 술잔을 주고받기도 했다.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는 하룻밤이었다.

다음날 계획했던 양수리 방향의 자전거길 투어링은 뒤로 미루고 남한강에서 카약을 타기로 했다. 카약과 캠핑(cafe.daum.net/fujitakayak) 동호회의 조구룡씨가 카약을 가지고 취재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차량이 접근할 수 있는 강변의 자전거길에서 카약을 조립했다. 그리고 펜스를 넘어 둑을 내려간 뒤 배를 띄울 수 있었다.

바람이 없어 강물이 거울처럼 반반한 날이었다.

바람이 없는 남한강은 거울처럼 고요했다. 물의 흐름을 거의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리저리 자유롭게 강을 가로지르며 카약을 즐겼다. 패들이 남기는 궤적만이 강물을 어지럽게 흔들었다. 강둑이 높아지며 주변의 마을이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간간이 들리는 공사현장의 소음이 아니면 깊은 산속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막 공사가 끝나서인지 주변 경치가 좀 삭막했다. 그나마 강 건너 둑에 하얀 억새가 자라 자연스러운 강변 풍광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후미개에서 이포보 사이의 직선거리는 약 4km, 아주 천천히 가도 1시간이면 충분한 곳이다. 하지만 이포보까지는 의외로 멀었다. 제법 더위가 느껴질 즈음에야 커다란 구조물 바로 아래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긴 날개를 펼친 학의 형상의 보를 강물 위에서 바라보는 재미는 확실히 남달랐다.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형상의 이포보 바로 아래까지 접근한 카약.

회전식 수문 바로 앞까지 접근한 뒤 천천히 이동하며 웅장한 구조물을 감상했다. 열려 있는 오른쪽 끝의 수문 앞에는 물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 앞에 제법 센 물살과 소용돌이까지 형성되어 있었다. 이곳은 작년 11월 군용보트가 전복하는 사고가 났던 장소다. 우리도 수문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조용히 물살을 타고 후미개로 방향을 돌렸다.

이번에 찾은 양평 일대는 4대강 사업으로 많은 변화가 진행 중이다. 강을 따라 난 자전거길에 많은 사람이 몰리며 주변의 환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전철역과 강변의 상권이 살아나는가 하면 새로운 시설도 들어서고 있다. 수변지구의 레저시설 외에도 후미개 캠프장과 같은 사설 오토캠핑장도 생겼다. 여가를 즐기기 좋아진 곳, 양평이 부럽다.

이포보를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는 자전거.

남한강 자전거길  한강 둔치에서 연결되어 팔당과 양평을 거쳐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로 이어지는 남한강 자전거길은 아름다운 남한강변의 자연경관과 함께 이 지역의 여러 관광자원을 둘러볼 수 있어 자전거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환상적인 석양으로 이름난 두물머리를 비롯해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과 하남시를 잇는 팔당댐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자전거길로 개조한 북한강 철교는 전국의 강 위를 건너는 자전거 다리 가운데 가장 긴 560m 길이다. 녹슨 철교 바닥 곳곳에 설치된 투명강화유리 위를 자전거로 달리는 운치가 남다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북한강 자전거길이 갈려나간다.

4대강 자전거길의 시작점인 남한강 자전거길은 한강 자전거도로 북단을 타고 팔당역 방향으로 달리면 된다. 한강 자전거도로 남단을 이용할 때는 잠실대교, 잠실철교, 광진교를 이용해 북단으로 건너와서 이동한다. 주중에도 자전거를 휴대하고 탑승이 가능한 수도권 전철 중앙선을 이용해 팔당역에 내리는 방법도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남양주 역사박물관이나 팔당역 주차장에서 라이딩을 시작하면 된다.

후미개 캠프장 입구.

후미개 캠프장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두미리 남한강 자전거길 바로 옆에 자리한 사설 오토캠핑장이다. 남한강 조망이 좋은 사면에 턱을 깎아 대형텐트도 설치할 있는 목조데크 8개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조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데크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콘센트를 설치했고 온수(심야전기)가 나오는 취사장과 샤워실을 갖췄다. 커다란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내며 멀리 정면으로 이포보가 보이는 장소다. 

총 8개의 크고 작은 목조데크 중 6개는 차량으로 바로 옆까지 갈 수 있다. 비탈진 산자락에 만든 두 개의 데크는 숲이 우거진 곳이라 분위기는 좋지만 차량은 접근하기 어렵다. 데크 1개당 이용료 3만 원(전기 사용료 포함). 야영장 한쪽에 자리한 독채 펜션은 10~15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용료 20만 원. 관리사무실 겸 식당에서는 닭백숙(2만5,000원)과 오리백숙(3만5,000원), 잔치국수(3,500원) 등을 판다. 인원이 많을 때는 하루 전에 전화로 식사를 주문하는 것이 좋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구미리 102-1. 문의 031-772-8792, 010-5528-8792.

맛집  개군할머니 토종순대국은 양평군 개군면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으로 3대째 한 가지 음식을 만들고 있는 곳이다. 푸짐한 상차림과 삶은 우거지에 된장을 풀어 넣어 시골스러운 국물 맛이 오랜 세월 인기를 끈 비결이다. 밑반찬과 함께 삶은 간을 내놓는 것이 특이하다. 순대국 한 그릇에 7,000원. 모둠순대 2만 원. 개군면 소재지 중심부의 개군우체국 근처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하자포리 220. 문의 031-772-8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