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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난, 이제는 끝내자

시니어조선 | 2014.05.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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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과 대책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반대급부로 자전거 도난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조금만 방심하면 순식간에 소중한 애마를 앗아가 버린다. 도난으로 자전거에 대한 애정과 흥미마저 잃은 사람이 적지 않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자전거 도난, 얼마나 심각한가

자전거 도난. /자전거 생활 제공

1100만 서울 시민의 절반이 자전거 도난을 경험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전거 도난은 가장 흔한 ‘도난 사건’이 되었다. 2012년 자전거도난 신고건수만 1만5971건이다. 하지만 개인 경범죄의 신고율이 10% 정도이고 자전거의 경우, 되찾을 희망이 없어서 신고를 않는 사람이 특히 많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발생건수는 최소 20만 건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20만 명의 자전거 도둑이 활동하는 셈이니 단일범죄자로는 가장 많을 지도 모르겠다(복수 범죄도 있겠지만 연인원이 그렇다는 뜻이다). 신고건수만 두고 봐도 2008년 4915건에서 3배 이상 늘어났다. 자전거 도둑은 계속 증가추세이고, 이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몰락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피해자인 자전거 소유자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악몽이다.


왜, 자전거가 표적일까… 자전거 도난의 원인

몇년 전 서울시의 대중교통 이용 실태 설문조사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싶지만 ‘자전거 도난’이 두려워 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나와 관계자와 업계를 놀라게 했던 적이 있다. 전철역이나 버스 정류장 등의 거치대에 상태가 좋은 자전거를 묶어 두었다가는 며칠 내에 거의 100% 도난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왜 자전거가 이토록 심각한 도난의 표적이 된 것일까.


낮은 죄의식

자전거 도난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뜻밖에 죄의식에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자전거 도둑은 책 도둑처럼 죄의식이 별로 없어 흔하게 발생한다. 값이 싸다는 생각과 함께, 방치된 자전거가 많아서 버려진 것을 주워간다(혹은 재활용한다)는 자기합리화가 쉽게 일어난다. 도둑을 잡아도 “버려진 줄 알았다”고 하는 변명이 그럭저럭 통한다. 경찰에 따르면 자전거 도둑은 성인보다 청소년층이 더 많은 것도 쉽게 접하고 죄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 등을 통해 중고로 처분하기도 쉽다.


소유자의 방심

이런 식으로 거치해 두면 ‘어서 훔쳐 가시오’란 뜻이다. /자전거 생활 제공

지하철역 등지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를 살펴보면 허술하게 묶여 있는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다. 거치대와 앞바퀴만 가느다란 자물쇠로 연결해 놓은 자전거, 프레임과 휠만 묶어 놓은 자전거 등을 보면 마음만 나쁘게 먹으면 몇 초 걸리지 않고 가져갈 수 있는 것이 한두 대가 아니다. 특히 앞바퀴에만 자물쇠를 걸어 놓은 자전거는 자전거 구조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몇 초 만에 훔칠 수 있다.


자전거의 태생적 한계

자전거는 이동수단 중 가장 가볍고 이동하기 쉽게 제작됐다. 이런 태생적 특징은 도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요즘 나오는 알루미늄 자전거는 15㎏을 넘지 않는다. 자전거는 또한 분해·조립이 쉽다. 이는 사용하는 입장에서나 훔쳐가는 입장에서나 서로 편리(?)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의 구조를 조금만 이해하고 육각렌치 툴만 가지고 있다면 자전거를 분해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시설의 부족

요즘 도둑들은 차를 이용해 자전거를 실어 나른다. 거치대와 같이 묶지 않으면 들고 가버린다. /자전거 생활 제공

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노상의 자전거 거치대 대안은 자전거 전용보관타워나 캐비닛이다. 하지만 이런 시설은 아직 많지 않고, 있다고 해도 유료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용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제도의 허점

자전거도 자동차처럼 고유의 차대번호와 소유주, 연락처 등을 전국 단위로 등록해서 관리하면 도난을 크게 줄이고 도난 자전거도 한층 쉽게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과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는 1987년 등록제를 시행한 이후 도난율이 16%에서 8%로 줄었고, 자전거 회수율도 30%로 높아졌다고 한다. 일본은 자전거 소유자는 등록증을 항상 휴대해야 하는데, 경찰이 등록증 소지 여부와 등록증과 차대번호의 일치 여부를 가끔 검문해서 도난을 막고 있다.

흔히 사용하는 절단기는 단 1.4㎏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절단기로는 웬만한 자물쇠를 10초 이내에 끊을 수 있다. /자전거 생활 제공

우리나라도 ‘자전거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자전거 등록제 시행을 명시하고 있지만 의무조항이 아니어서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고 서울 양천구와 노원구 등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일부 시행하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전국단위의 일원화된 등록제가 아니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소관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이미 오래 전에 2010년부터 등록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해서 단기간에 전면실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보호해주지 못하자 인터넷 동호회에서는 회원들의 차대번호를 자발적으로 등록해 도난 자전거가 팔리는 것을 막고 있으나 이 역시 실효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편이다.


솜방망이 처벌

시트포스트와 안장은 분리하기 쉽기 때문에 자전거 부품 중 가장 많이 도난당한다. 요즘엔 이 같은 도난 방지 용품도 있다. 시트포스트 조임장치는 되도록 QR레버가 아닌 육각렌치 방식을 사용한다. /자전거 생활 제공

자전거 도둑의 처벌에도 문제가 있다. 100만 원짜리라도 자동차 도둑은 엄중한 형사범으로 취급되지만 자전거는 300만 원짜리를 훔쳐도 경범죄로 처벌되어 자전거 도둑의 창궐을 방조하는 측면도 있다.

자전거 도난사고가 워낙 많아서 경찰에 신고를 해도 신고만 받아줄 뿐 따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아 도난 자전거는 거의 되찾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범적으로라도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자전거도둑을 엄벌해서 일벌백계 한다면 범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 자전거도난 예방법

늘 가까이, 시야 안에

자전거는 최대한 자신의 몸 가까운 곳에 보관해야 안전하다. /자전거 생활 제공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보이는 가까운 곳에 자전거를 보관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 라이딩이나 투어를 할 때 자전거를 잠시 거치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화장실에 가거나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가는 경우다. 이럴 때는 최대한 자전거를 가지고 간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도 공간이 넉넉하다면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식당이라면 잘 보이는 창가에 두고 자리도 그쪽으로 잡는다. 여관 등에 숙박할 때는 주인에게 부탁해 방으로 가져가거나 실내 창고에 보관한다.


장시간 보관시

대형마트의 캐비닛은 훌륭한 자전거 보관소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전거 생활 제공

출퇴근으로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이용한다면 퇴근할 때까지 자전거를 둘 수밖에 없다. 자전거를 장시간 보관해야 한다면 자전거타워나 캐비닛이 구비된 지하철역을 이용한다. 근처에 이런 자전거 주차시설이 없다면 집이나 사무실에 두거나, 자동차에도 보관할 수 있는 폴딩 미니벨로를 선택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폴딩 미니벨로는 요일에 상관없이 지하철에 휴대하고 탈 수도 있다.


튼튼한 자물쇠 활용

자물쇠는 가장 널리 쓰이는 자전거 도난 방지 용품이다. 사실 마음먹고 ‘이 자전거는 반드시 훔쳐 가겠다’하고 덤벼드는 도둑에게 잘리지 않는 자물쇠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자물쇠의 가장 큰 목적은 자전거를 절대 도난당하지 않게 지켜주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자물쇠는 자전거를 훔쳐가는 시간을 오래 걸리게 하거나 어렵게 만들어 절취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자전거를 노상거치대에 둘 경우 사람의 왕래가 잦은 넓고 밝은 대로변이나 CCTV가 설치된 곳에 튼튼한 자물쇠로 묶어둔다.


자료제공·자전거생활